[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2부)] 獨 연방상의 노트나겔 무역담당 이사 인터뷰

입력 2013-01-20 19:27


“정부가 기업 편 든다는 반발 있었지만 기업경쟁력 강화 위한 정책 결국 성공”

400만 독일 기업들의 대변자이자 마이스터 육성의 산실인 독일연방상공회의소(DIHK). 지난 11일 베를린 독일연방상공회의소에서 만난 일자 노트나겔(사진) 무역담당 이사는 “독일 정부는 마이너스 성장의 어려움이 도래할 것을 감지하고 준비된 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과감히 시행했다”며 “이러한 독일정부의 성공 사례가 (재정위기에 빠진) 다른 유럽국가에도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집중적으로 시행된 어젠다 2010 정책이 경제 성장률 상승과 실업률 저하로 나타났고, 유럽에 독일 벤치마킹 열풍이 불 정도로 현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행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노트나겔 이사는 당시 기업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정을 “팔다리를 잘라내는 힘든 고통”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시간제 근로자 사용을 확대하고 실업수당 등 복지혜택을 줄이는 정책에 기업들은 환영했지만 근로자들은 크게 반발했다”고 회고했다. 결국 근로자의 저항으로 2005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사민당(SPD)은 정권까지 내줘야 했다.

하지만 노트나겔 이사는 “기업에만 유리한 정책이라고 반발했던 사람들은 큰 그림을 보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어려움을 극복한 기업들이 시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돌리기 시작했고, 결국 시간제 근로자의 3분이 1 정도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고용의 유연성을 높인 것이 마침내 고용 안정으로 연결됐다는 얘기다. 그는 “여전히 당시 정책을 정부가 기업 편을 들었다며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개혁은 결과론적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2008년 말 금융위기 당시 처방전 역시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금융위기가 단기간에 지나가는 위기일 것이라고 진단했고, 해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제를 시행했다. 위기 후 호황이 왔을 때 대량 해고 여파 후유증으로 인한 전문인력 부족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인건비가 비싼 독일을 떠나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려고 준비하던 기업들도 정부 정책에 호응했다. 노트나겔 이사는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이 줄었지만 정부 지원으로 기업들은 정규직 수를 유지할 수 있었고, 위기가 끝나면서 고용이 유지된 마이스터 등 전문인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젠다 2010 개혁은 기업 체질을 바꾸는 계기도 됐다. 노트나겔 이사는 개혁 이전과 이후의 독일기업 변화를 “거품이 빠진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기업들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 더 큰 수익을 내는 구조로 변했다. 다품목 대량생산이 아닌 단품목이라도 높은 품질로 승부를 건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변신으로 수요가 더 창출됐다”고 설명했다.

노트나겔 이사는 고용 유연성 확대와 세금 감면 정책이 결국 기업 경쟁력을 강화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법인세, 상속세 등이 감면된 데 힘입어 발생한 이익이 기업의 투자와 고용증대로 이어진 만큼 오는 9월 총선 이후에 독일 의회가 상속세 폐지 등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대기업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이 국제적으로 독일의 인지도를 크게 높이고 있고, 이 자체만으로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데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또 “생산 시설이 위치한 지역에서 고용을 유지하고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분위기가 일찍부터 정착돼 있어 대부분의 독일 대기업은 지역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이 높다”고 말했다. 공정한 시장 질서를 지키며 성장한 대기업을 존중해 주는 풍토가 정착된 데다 상장된 대기업의 경우 감독이사회의 견제가 확실해 경영자가 배임을 저지르는 경우가 적고, 또 배임 행위가 있어도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그는 소개했다.

베를린=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