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 3∼4세 경영 속도내나… 최근 정기인사서 잇단 승진
입력 2013-01-20 23:22
경제민주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주요 그룹들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연말 정기인사에서 승진한 오너 3∼4세들이 그룹 전반의 경영에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20일 “이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중소기업들의 상속세 혜택을 확대해 가업 상속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 속단하기 이르지만 대기업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될 경우 증여세·상속세 등 세제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각 그룹의 정기인사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승진시키며 후계 구도 안착에 주력했다. 승진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더 우세했으나 당시 이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보폭을 확대했다. 이 부회장의 승진으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역할에 시선이 집중된다. 정 부회장은 2009년 부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 모터쇼에서 직접 신차를 소개하는 등 국내외 영업과 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은 그룹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한화그룹이 김 회장의 구속 수감과 건강 악화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어 앞으로 있을 인사에서 고속 승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상무도 지난 연말 인사에서 사장 직할 경영혁신 담당 상무로 승진하면서 GS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진그룹 3세들도 지난 4일 정기 임원인사에서 나란히 승진하며 경영권 승계 경쟁이 본격화됐다.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기내식기판사업본부장과 장남인 조원태 경영전략본부장이 나란히 부사장으로 올라섰고, 막내딸 조현민 상무보는 상무로 승진했다. 조 회장이 자녀들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며 후계자를 고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정용진 부회장에 대한 인사는 없었지만 13개 계열사 중 9개의 대표이사를 교체해 경영승계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대상그룹은 임창욱 회장의 장녀 임세령 식품사업총괄 부문 상무와 차녀 임상민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이 일선에서 뛰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구본무 회장을 이을 후계자로 구광모 LG전자 차장이 낙점됐지만 이제 실무 업무를 보고 있어 경영권 승계는 아직 멀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