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2부) 5년, 새 정부의 과제] 연방·주정부 지원이 ‘히든챔피언 강국’ 원동력

입력 2013-01-20 23:02


⑤ 기업의 기를 살린다

독일이 히든챔피언 강국이 된 데는 연방·주정부 주도 하의 체계적인 중소기업 관리 및 지원 정책이 크게 작용했다. 히든챔피언은 독일 경제의 성공을 상징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라인강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겨내는 과정에서도 주역은 중소기업이었다. 독일 제조업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배경에는 기술과 부품을 대기업에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견실한 중소기업이 있다. 특히 세계시장 점유율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1300여개의 히든챔피언들 중 90%(1350개)가 중소기업일 정도로 중소기업은 독일 경제를 구성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의 중소기업은 종업원 수, 연간 매출액 또는 총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중기업, 소기업, 영세기업(소상공인)으로 분류되며 이들은 연방경제기술부 내 중소기업실에서 관리한다. 중소기업실은 다시 정책총괄국, 수공업 및 인력교육국, 창업금융국 등 3개의 국으로 나뉘어 중소기업을 지원하게 된다. 또 독일은 연방, 주 및 지방정부의 권한 및 역할 구분이 엄격하게 이뤄져 있기 때문에 지역별로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실시한다.

독일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대부분 연방경제기술부의 ‘중견·중소기업 혁신프로그램(ZIM)’ 제도 내에서 이뤄진다. 소매업 종사자, 수공업자, 자영업자 및 종업원 500명 미만의 서비스업과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제도다.

이와 함께 독일의 모든 주에서는 주 정부 차원의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운영한다. 주 정부는 연방 정부와 별도로 다른 형식의 지원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지방 정부에서는 입지지원 정책이 핵심이다. 재산세 및 영업세 징수율을 조정하는 조세인센티브를 통해 지방정부는 중소기업을 지원한다. 지방마다 수도요금이나 전기요금 혜택을 줘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대기업보다 규모가 작은 개별 중소기업에 조세 부분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역 내 중소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독일 중소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의 근간인 기술 혁신도 정부의 강력한 뒷받침이 있어 가능했다. 독일 정부는 대학과 연구소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의뢰를 받아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하는 경우 그 대학과 연구소에 R&D 자금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2개 이상의 공공연구기관이나 4개 이상의 기업이 공동으로 기술개발 과제에 참여할 경우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주 독일 한국대사관에서 만난 박재영 상무관은 “독일 연방교육연구부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매출액 중 R&D 투자 비중은 3.6%로 대기업의 3.1%보다 높다”며 “독일의 히든챔피언은 매출액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하는데 대학이나 연구소와 함께 참여하는 산·학·연 공동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연방정부의 ZIM 제도를 근간으로 공공 금융기관에서도 중소기업을 위한 다양한 자금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경제의 재건을 위해 설립된 독일재건은행(KfW)이다. KfW의 핵심 업무는 중소기업 창업과 투자자금, 에너지 절감 기술, 지방 인프라 시설 구축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중소기업 지원 부문은 KfW 은행그룹 내 KfW 중소기업은행에서 맡고 있다.

김현철 코트라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부관장은 “독일 지방 은행들은 담당자들이 맡고 있는 기업과 20년 이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 사정을 소상히 알고 있기 때문에 기업도 이들을 통해 자금을 용이하게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한장희 기자,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