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인종·정파 뛰어넘어 하나의 미국 건설”… 의사당 앞 재선 취임식
입력 2013-01-20 19:22
21일(현지시간) 성조기가 길게 드리워진 미국 의회 의사당 야외계단에서 열릴 재선 취임식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취임연설을 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백악관과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인종과 당파를 뛰어넘어 ‘하나의 미국’을 건설하자는 메시지를 취임사에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백인과 흑인, 라티노와 아시아계가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아메리칸 드림’이 실현 가능한 나라를 만드는 데 힘을 한데 모으자고 호소할 것이라는 얘기다. 취임식 주제 역시 ‘우리 국민, 우리 미래(our people, our future)’로 정했다.
인종차별에 맞서 싸운 흑인지도자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미국에서 노예제도를 폐지시킨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사용한 성서를 취임선서 때 사용하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는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로 유명한 워싱턴 행진(March on Washington)이 열린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자 링컨이 노예해방선언문에 서명한 지 150주년이 되는 해다. 21일은 공휴일로 지정된 킹 목사의 탄생기념일이기도 하다.
향후 4년간의 정책에 대해서는 2월 12일로 예정된 국정연설에서 밝힐 전망이다. 이에 따라 취임연설에서는 정책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 뒤 경제 재건 및 총기규제 강화 등을 시급한 과제로 지적하며 의회와 국민들의 협력을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초부터 취임연설 초고를 구상해 왔다. 역대 대통령의 2기 취임연설문을 읽거나 역사학자들에게 2기 취임식에서 저지르기 쉬운 실수에 대해 의견을 듣는 등의 준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DC는 20일부터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으로 들썩이고 있다. 공식 취임식은 21일이지만 행사 준비와 경호 점검 등으로 이날부터 워싱턴 중심가에는 차량 운행이 금지됐다.
미 헌법은 대통령 취임일을 1월 20일 낮 12시(한국시간 21일 오전 2시)로 정해놓았다. 하지만 올해는 이날이 일요일이어서 이튿날 취임식을 연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비공식 취임 선서를 하고, 21일 공식 선서를 한 번 더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오전 11시55분 백악관 블루룸에서 가족들과 소수의 취재진이 모인 가운데 취임 선서를 했다.
공식 취임식은 21일 오전 11시30분(한국시간 22일 오전 1시30분)부터 의회 의사당 ‘캐피털 힐’ 계단에서 열린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시55분 대중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헌법 제2조에 적힌 대로 “나는 미국 대통령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미국의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수호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는 짤막한 선서를 한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선서를 주관하며 팝가수 비욘세가 미국 국가를 부른다. 연설이 끝난 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서 의원 및 전 대통령들과 오찬을 함께한다. 이후 의사당에서부터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따라 백악관까지 약 2.7㎞에 이르는 길을 리무진을 타고 퍼레이드를 벌인다. 경찰은 취임식에 60만∼80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2009년 취임식에는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 취임을 지켜보기 위해 180만명이 운집했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