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주간연속 2교대 시범운영 울산 가보니… “손님 뚝, 문닫아야 할 판”
입력 2013-01-20 23:16
“지난주 매출이 반으로 줄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이 지역 식당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할 판입니다.”
현대자동차 주간연속 2교대 시범운영 마지막 날인 지난 18일 울산 북구 명촌동 한우국밥집 주인 권성준(48)씨는 한참이나 볼멘소리를 했다.
하기야 예전 점심시간 같으면 현대차 직원들로 꽉 찼어야 할 30여개의 테이블 중 겨우 10개에 손님을 받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식당 손님들도 현대차 직원이 아닌 일반 손님들이었다.
권씨는 “예전 같으면 정신없이 붐벼야 할 이 일대가 갑자기 인적 없는 죽은 도시처럼 변했다”고 말했다.
이는 현대차의 주간연속 2교대 시범운영이 시작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기존 1시간이었던 점심시간이 40분으로 줄어들면서 현대차 직원들이 공장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지역 식당가의 한산한 분위기는 비단 점심시간뿐이 아니다.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지영(43·여)씨는 “근무시간이 바뀌기 전에는 퇴근 후 저녁 늦게까지 손님들로 북적거렸는데 요즘은 뜸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일대 불경기는 일반 식당보다 유흥업소들이 더하다.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오후 3시40분에 끝나는 1조 퇴근 근로자들을 손님으로 받기 위해 일찍 문을 열고 있지만 도무지 장사를 계속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길 건너편의 명촌동과 진장동에는 최근 10여년 사이 음식점과 유흥업소가 급격히 늘었다. 유동인구가 울산시내 웬만한 곳과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현대차의 근무체제 변화는 단번에 이곳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이곳의 사업주들은 오는 3월 4일부터 주간연속 2교대가 본격 시작되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울산시내 성인 나이트클럽도 된서리를 맞았다. 나이트클럽의 한 종사자는 “예전에는 야간 근로자 부인들이 심심찮게 보였지만 근무시간이 바뀌면서 이런 풍속도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북구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함께 오는 3월까지 주간연속 2교대제로 인한 주민과 근로자의 생활패턴 변화를 파악해 종합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울산=글·사진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