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수정론 논란] “복지공약 이행에 매년 54조 더 필요”

입력 2013-01-20 19:07


민·관 연구기관들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임기 5년간 매년 54조원이 더 필요하다는 공약 비용 추계치를 제시했다. 새누리당이 대선 공약집에서 밝힌 소요재원 134조5000억원의 2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20일 국책 및 민간 연구기관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은 5년간 최소 270조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편성된 복지예산 100조원의 절반을 넘는 규모로, 우리나라 연간 국내총생산(GDP·1237조원)의 4.4%에 달하는 금액이다.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16일 무상보육,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등 주요 복지공약만 따져도 새누리당 추산보다 2∼3배의 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국가보장에 21조원이 필요하고, 기초연금 도입에도 40조원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정부 합동으로 구성한 ‘복지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4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총선 복지공약을 모두 집행하려면 5년간 268조원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시 기재부 김동연 제2차관은 “지방재정 소요액까지 고려하면 공약 집행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6월 ‘복지공약 비용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새누리당의 복지공약 이행에 드는 추가 비용이 270조원이라고 계산했다. 고용·노동 분야 111조5000억원, 주택 분야 107조원, 교육 분야 18조5000억원, 보육·가정·여성 분야 12조2000억원 등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4·11 총선 공약에다 복지 부분을 더 추가해 대선 공약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를 모두 이행하려면 270조원보다 더 많은 돈이 투입돼야 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전직 관료와 전문가들도 새누리당의 공약 이행에 신중한 견해를 밝혔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8일 한국재정학회 토론회에서 박 당선인이 무리하게 공약을 이행할 것인지, 속도나 우선순위를 조정할 것인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희원 동국대 교수는 “공약 100% 이행은 환상에 불과하다”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도 ‘버릴 공약’을 찾는 학습과정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비과세 축소나 지하경제 양성화로 과연 얼마나 필요 재원을 끌어올지 의문”이라며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올리는 증세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