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수정론 논란] 기재부, 공약 재원마련 어떻게… 일단 세출절감·숨은 재원찾기 총력

입력 2013-01-20 19:07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 수정에 부정적 입장을 천명하면서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확보방안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씀씀이를 최대한 줄인다는 방침이지만 연간 수십조원에 이르는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마른 수건 쥐어짜도 힘들어=기획재정부는 지난 13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이달 말까지 공약 재원 추계와 조달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다. 박 당선인 측에서 제시한 재원조달 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매년 27조원씩 전체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은 134조5000억원이고, 이 중 정부가 예산 절감 및 세출 구조조정으로 확보해야 하는 재원은 71조원이다. 문제는 세입 확보수단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세출을 줄인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사업비 조정이 가능한 재량지출을 축소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약 이행에 충분한 재원을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증세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는 우선 기존 세출을 최대한 줄이는 세출 구조조정에 따라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20일 “사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해서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사업 자율평가를 강화해 실적이 미흡한 사업은 예산을 10% 이상 삭감하고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지출도 꼼꼼히 따진다는 계획이다.

숨어 있는 재원 찾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당선인의 재원조달 계획을 보면 고소득 자영업자와 대기업이 탈루하는 소득에 세금을 매겨 5년간 약 20조원을 확보하고, 국내 총생산(1552조원)의 24%인 372조원 규모의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약 8조원을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강력한 세무조사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강한 반발이 우려되는 등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증세와 추경은 여전히 상수=기재부는 업무보고에서 현재 19% 수준인 국민 조세부담률을 21%대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함께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인 세수 확대방안을 논의하지 않고서는 공약 이행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조세 저항이 상대적으로 낮은 간접세인 부가가치세율을 높이는 방식의 증세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세금을 인상하는 것은 국민들과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어서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증세 필요성은 인정하되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단기적으로는 직접적인 증세보다는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재정융자를 민간금융기관에 맡기는 대신 이자비용을 보전해주는 ‘이차보전’ 방식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세나 추경처럼 재정건전성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지출효과를 늘려 예산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