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수정론 논란] “꼬끼리가 냉장고 들어갈 운명”… 증세론도 정면돌파하나
입력 2013-01-20 23:03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 수정론에 “시기상조”라고 쐐기를 박은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약 이행을 위한 증세 논란을 정면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인수위 내에서 증세를 요구하는 쪽은 정부가 세출 구조조정과 세입 확충 방안을 마련해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결국 공약을 100% 이행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새누리당 파견자들 사이엔 정권 초기부터 증세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기류가 형성돼 있다.
증세 논란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박 당선인의 공약 이행 의지가 확고하다는 사실이 깔려 있다. 인수위 경제1분과 관계자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누군가 지금 공약한 것을 다 실현하는 것은 냉장고 안에 코끼리를 밀어 넣는 격이라고 하던데, 우리 입장은 ‘코끼리가 냉장고 안에 들어간다. 그것이 코끼리의 운명’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이 거듭 공약 실천 의지를 피력한 이상 현 단계에서 수정은 불가능하며, 모든 가능한 수단을 강구해 공약이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제는 재원 마련 방안이다. 인수위에 파견된 공무원들 사이에선 “결국 증세밖에 답이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국정기획조정분과에 제출된 분과위별 공약이행계획서를 토대로 재원확보 대책을 작성 중이며, 여기에 증세를 포함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약 수정론과 증세론의 절충안으로 속도 조절론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재원이 많이 드는 공약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정도 시행을 늦춤으로써 소요 예산을 절감하는 방식이다.
인수위 일각에서도 ‘증세 불가’ 방침에 변화 기미가 보인다. 인수위 관계자는 “증세 불가 원칙은 징벌적 증세가 없다는 뜻이지 원천 불가 입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인수위가 재원조달 방안을 충분히 검토했는데도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국정 로드맵에 중장기 과제로 국민대타협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를 논의한다는 점을 명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기 정부가 증세 논의를 시작하는 시점이 일러야 임기 2년차 이후가 되거나 아예 논의조차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출범 첫해인 올해 2014년도 예산안 편성에선 증세 없이 간다는 기조가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2015년 예산부터 검토될 것이란 설명이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가 임기 2년차 예산을 짠 뒤 3년차부터 추경 등을 검토하다 보면 지방선거가 오고, 그래서 증세할 타이밍 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