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발견] (3) 오토바이

입력 2013-01-20 19:00


1963년 혼다사가 제작한 광고에는 남학생이 여학생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즐거운 표정으로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이미지가 부각되어 있다. 20세기 최고의 바이크로 인정받은 ‘슈퍼 커브’는 훗날 한국에서 ‘시티 100’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여전히 인기를 얻었으나 용도가 조금 바뀌었다. 여학생이 앉던 자리에 노란 바구니가 놓이게 된 것이다. 이후로도 오토바이는 무언가를 배달하느라 분주히 도시를 오간다. 덕분에 전화 한 통으로 편하게 물건을 보내고 한밤중에도 허기를 달랠 수 있다.

배달 오토바이를 유심히 보면 원래 모습에서 조금씩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그 오토바이가 신속배달, 퀵서비스 전용으로 디자인되지 않았을 것이고 더구나 바구니를 염두에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외에 온갖 액세서리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에 따라 부착되었을 것이다. 디자이너의 의도와 달리 사용되고 변형된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익명의 디자인이니, 창의적 사용이니 하면서 낮추어 볼 일이 아니다. 약속시간을 지키기 위한 위험한 질주와 생계형 아르바이트의 각박한 조건에서 만들어 낸 결과다. 그들이 직면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온 궁극의 디자인을 누가 투박하다고 얕잡아 보겠는가.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