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으로 살려낸 서울의 추억… 롯데갤러리 ‘사석원의 서울연가’ 展

입력 2013-01-20 18:06


당나귀 등 원색의 동물 그림으로 유명한 사석원(53) 작가는 서울토박이다. 신당동에서 태어나 홍제동 면목동 망우리에서 자랐고, 장충동 아현동 동교동 논현동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동국대를 나와 프랑스 파리에서 1년 반 정도 미술공부를 하다 귀국한 뒤 20년간 방배동에서 작업하고 있다.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추억도 많이 쌓았다.

아스라한 기억을 더듬으며 곳곳의 풍경과 장소를 기록한 글과 그림을 모아 ‘사석원의 서울연가’라는 타이틀로 28일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전시를 연다. 노량진 수산시장, 종로 5가 광장시장,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 대학로의 낭만 공간 등 추억에서 끌어올린 서울의 정겨운 모습을 담은 그림 40여점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에는 인터넷을 하지 않고 스마트폰도 쓰지 않는 아날로그적인 삶의 흔적이 묻어난다. 지금은 사라진 종로서적과 신신백화점 등 건물부터 인사동 근처 남원집과 소문난집 등 대폿집까지 아련했던 시절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1988년 이호재 가나화랑 회장을 처음 만난 후 25년간 전속작가로 인연을 맺은 사연, 작고한 오윤 화백과 천상병 시인과의 교유도 담았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사춘기 시절을 보낸 면목동 망우리 휘경동 등 동대문구 일대를 꼽았다. 미술학원에서 그림과 더불어 인생을 배우기 시작한 광화문도 잊을 수 없는 공간이라고. 청계천 다리 밑의 뱀 장사, 뚝섬유원지 소풍과 창경원 벚꽃놀이, 성장소설을 연상시키는 청량리와 명동의 유흥가 등 기억 저편의 풍경들을 명화 속 장면처럼 실감나게 재현해냈다.

서울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그는 “황홀하다”고 했다. 전시를 통해 서울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을 고백하는 작가는 “만약 세상을 움직이는 어떤 거대한 존재가 있다면 진정으로 감사드린다. 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도시인 서울에서 살게 해 주어서. 하지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며 웃었다. 전시에 맞춰 에세이집 ‘사석원의 서울연가’(샘터)도 출간했다(02-726-4429).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