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깨운 ‘아트캠프’… 섬마을 아이들, 예술에 빠지다

입력 2013-01-20 18:06


‘천사의 섬’으로 불리는 전남 신안의 작은 섬마을에 예술의 꽃이 피었다. 지난 18일 오후 신안 안좌초등학교 강당. 목포항에서 뱃길로 1시간10분 정도 걸리는 이곳에 오케스트라 하모니가 울려 퍼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 재학 중인 젊은 음악가들과 안좌초등학교 학생들의 사나래 윈드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천사 아트캠프’ 현장이었다.

빨간 재킷을 연주복으로 맞춰 입은 이 학교 어린이 단원 36명은 음악회를 보기 위해 학교 강당을 가득 메운 학부모와 친구들 앞에서 1주일간 캠프 활동을 통해 갈고닦은 실력을 뽐냈다. 금관악기(호른, 트럼펫) 목관악기(클라리넷, 플루트), 타악기(드럼)까지 총 14종의 악기로 ‘에델바이스’부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메인 테마곡까지 연주했다. 연주단은 긴장한 탓인지 때로는 박자를 놓치기도 했지만 한예종 재학생으로 구성된 금관오중주의 도움으로 멋진 앙상블을 선사했다. 트로트곡 유행가 앙코르로 연주회가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고, 아이들은 함박웃음으로 화답했다. 지휘를 맡은 오광호 한예종 음악원 명예교수는 “다소 어설프지만 이 중에서 훌륭한 음악가가 나올 수도 있다”고 칭찬했다.

신안 안좌도는 한국근대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1913∼1974) 화백이 태어난 곳이다. 섬 곳곳에는 김 화백의 그림을 바탕으로 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아트캠프를 인솔한 송화영 안좌초등학교 교사는 “2009년부터 오케스트라를 운영하지만 섬이다보니 문화적으로 많이 열악하다”며 “이번 캠프는 아이들이 클래식을 쉽게 접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예술의 가치를 함께 나누는 ‘케이아츠쉐어링(K-ARTSharing)’를 추진 중인 한예종은 올해 첫 사업으로 신안의 초·중학교 학생 160여명을 대상으로 ‘섬&아트 프로젝트’를 지난 6일부터 열었다. ‘섬마을 선생님’으로 나선 한예종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음악 영화 미술 연극 등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의 감성과 창의력을 깨웠다. 이날의 ‘아트캠프’는 그 결과물의 발표회 무대였다.

안좌도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팔금도의 팔금초등학교. 이곳 아이들도 한예종 강사들의 지도로 학교 도서관을 ‘오감을 깨우는 상상 놀이터’로 바꿔놓았다. 아이들은 조명과 각종 재료를 이용해 공간 구석구석에 ‘함정에 빠진 사자’ ‘생각하는 대로’ 등 자신만의 아지트를 꾸몄다. 설치미술 작품으로 가득한 갤러리가 조성된 것이다.

‘섬&아트 프로젝트’는 도서지역 아이들과 주민들이 예술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사업이다. 박종원 한예종 총장은 “순수한 아이들의 연주회를 보고 너무 감동 받았다”며 “예술이 국민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도록 예술의 가치와 영역을 넓혀가기 위한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신안은 1004개의 섬으로 이뤄졌다고 해서 ‘천사의 섬’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안좌도에 김환기미술관을 조성하는 등 문화예술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섬에 오면 불편하다는 인식이 많은데 신안은 자연 그대로의 공기와 토양, 태양에 예술까지 곁들여진 힐링의 고장”이라고 자랑했다.

신안=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