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요양보호사 24시… 불편한 어르신들 손발이 되어드립니다

입력 2013-01-20 18:14


삭둑삭둑, 스윽스윽. 요양보호사의 손놀림이 경쾌하다. 그의 손이 지나간 자리엔 깎인 머리카락과 수염이 수북하다. 이발을 마친 뒤 목욕까지 하고 나니 할아버지가 족히 10년은 젊어 보인다.

“우리 영감이 새신랑 됐네. 목욕 서비스를 받고 나면 저렇게 어린애처럼 흥얼거린다니까. 그러니 요양보호사를 자식들만큼이나 반기지.” 곁에서 지켜보던 할머니의 표정이 흐뭇하다.

충남 서산시 장동에 사는 김태환(가명·83) 할아버지는 3년 전부터 매주 방문 목욕 서비스를 받고 있다. 고령에 치매까지 앓아 스스로 몸을 관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서비스를 받다 보니 이젠 요양보호사와 친해져 서로 부모 자식 같은 정을 느끼기도 한다. 요양보호사 문안수(46)씨는 “목욕차량을 몰고 시골 눈길을 달리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르신들이 애타게 기다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주저 없이 핸들을 잡는다”고 말했다.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면서 김 할아버지처럼 스스로 활동하기 어려운 사람은 정부의 요양보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동식 욕조를 이용한 서비스 요금은 6500원 가량이고 자택 욕조를 사용하면 요금은 더 줄어든다.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사람은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하거나 자택에서 목욕, 가사, 간호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이용료의 20%만 본인이 부담한다.

박복수(57) 서산시청 복지과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노인 복지의 가장 기본적인 울타리로서, 이 울타리가 튼튼해지려면 요양시설을 비롯한 주야간 보호시설이 확충돼야 한다”면서 “더불어 노인을 수발하고 보살피는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과 질적 향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산=사진·글 김지훈 기자 d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