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긴 러프 뚫고 집념의 샷… 재미교포 제임스 한 “PGA 정상 꿈 포기못해”
입력 2013-01-18 19:50
“세계 정상의 꿈을 포기할 순 없었다. 꿈이 사라지지 않는 한 PGA 투어에서 뛰면서 영원히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또 한 명의 한국인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것일까. 그 주인공은 재미교포 제임스 한(한국명 한재웅·32)이다.
‘루키’인 제임스 한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 PGA 웨스트의 파머 코스(파72·6930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대회인 휴매너 챌린지(총상금 560만 달러) 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만 9개를 잡는 맹타를 휘두르며 9언더파 63타로 공동선두에 올랐다.
전반 7∼9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는 등 6타를 줄인 제임스 한은 후반 들어서도 버디만 3개 더 추가하며 보기없는 완벽한 플레이로 리더보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제임스 한은 8번 홀(파4)에서 4m짜리 칩인 버디에 이어 12번 홀(파3)에서는 8m짜리 행운의 칩인 버디로 갤러리들의 탄성을 불러일으켰다.
서울에서 태어나 2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제임스 한은 4살 때 처음 아버지 손에 이끌려 골프채를 잡았다. 이어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미국학을 전공한 뒤 프로골퍼가 됐다.
하지만 2003년 프로 입문 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방황했다. 그래서 한동안 골프를 접고 캘리포니아 한 광고대행사에서 일한 경험도 있고, 부동산 중개업을 하기도 했다. 또 미국 노드스톰 백화점에서 여자 구두 판매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래도 골프의 꿈을 접지 못해 제임스 한은 2009년 코리안 투어와 캐나다 투어를 거쳐 미국 PGA 투어의 2부인 웹닷컴 투어에서 기량을 갈고 닦았다. 결국 제임스 한은 지난해 웹닷컴 투어 시즌 상금(33만7530달러) 랭킹 5위로 상위 25명에게 주는 올 시즌 PGA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9살 때부터 가졌던 PGA 투어의 꿈이 무려 23년 만에 이뤄진 순간이었다.
이번 대회가 통산 세 번째 PGA 투어 출전에 불과한 제임스 한은 대회 1라운드가 끝난 직후 힘들었던 지난날을 생각하며 “여자 구두 장사를 했던 것과 같은 나의 경험을 모두 다 술술 말할 수 있다”며 “나는 많은 직업을 가져봤고 그것들은 모두 나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나는 도전과 새로운 기회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