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정수장학회 대화록’보도 한겨레기자 기소

입력 2013-01-18 19:47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고흥)는 18일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과 MBC 관계자들의 비공개 대화를 몰래 녹음해 보도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한겨레신문 최모 기자를 불구속 기소했다.

최 기자는 지난해 10월 8일 오후 최 이사장과 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등이 정수장학회 이사장실에서 만나 나눈 대화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청취·녹음한 혐의다.

조사 결과 최 이사장은 당일 오후 4시54분쯤 최 기자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던 중 MBC 관계자들이 찾아오자 통화를 마치고 휴대전화를 탁자 위에 올려둔 채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지 않은 최 이사장이 통화종료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못해 통화는 계속 연결된 상태였고, 최 기자는 회동이 끝날 때까지 1시간가량 대화를 엿들으며 녹음을 했다.

당시 최 이사장 등은 ‘장학회 소유의 MBC·부산일보 지분을 매각해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주자’는 등의 논의를 했다. 한겨레는 같은 달 13일과 15일 이를 녹취록 형태 등으로 보도했다. MBC 측은 도청 의혹이 있다며 최 기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청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익성과 위법성 조각 사유도 검토했으나 기자가 녹음 버튼을 누르는 등 적극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만큼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 측은 “보도 내용의 공익적 가치가 사생활의 비밀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위법성이 없는데 무리한 법 적용을 했다”고 반발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