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차량 오폭”… 대형참사로 끝난 구출작전

입력 2013-01-19 00:32

17일(현지시간) 인아메나스 천연가스 생산시설에서 전격 실시된 알제리군의 인질 구출 작전이 대형 참사로 끝나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모리타니의 ANI통신은 18일 납치범들이 남은 인질을 미국 감옥에 수감 중인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교환하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군, 인질교환 요구=ANI에 따르면 납치범들은 인질을 풀어주는 대가로 미국에 수감된 테러범 오마르 압델 라흐만과 아피아 시디키를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오마르 압델 라흐만은 1993년 뉴욕에 위치한 세계무욕센터 폭탄테러를 주도한 혐의로 노스캐롤라이나주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파키스탄 출신 여성 과학자인 아피아 시디키는 2008년 테러 모의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미군에게 총격을 가해 86년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둘 모두 이슬람 무장단체 소속 테러리스트들에겐 상징적인 존재다. 인질극의 당초 목표가 프랑스군 개입에 대한 보복이었던 만큼, 프랑스군 철수도 그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정확한 사망자 수 파악 안돼=AFP와 알자지라 방송 등은 17일의 구출작전으로 인질 34명과 납치범 15명 등 49명이 숨졌다고 보도했으나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18일 익명의 알제리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 이번 구출 작전에서 숨진 인질이 모두 30명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비해 알제리 관영 APS통신은 영국인 2명과 필리핀인 2명이 숨지고 알제리인 6명을 포함한 13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알제리 군대가 약 70명의 외국인을 포함, 650명가량의 인질을 탈출시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반군 쪽 희생자 수도 11~18명에 이른다는 다양한 소식이 나오는 등 부정확한 상태다.

로이터는 알제리군이 인질이 탄 차량을 반군 차량으로 잘못 알고 공격을 가했다고도 전했다. 현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민간인 인질에 따르면 “인질들이 나눠 타고 있던 지프 차량 4대를 알제리 정부군이 폭격, 여럿이 사망했다”고 했다는 것. 이는 알제리군이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지 않고 공격을 감행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알제리 정부는 정확한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납치범들 상당수는 여전히 가스 생산시설 일부를 점거하고 정부군과 대치 중이라고 BBC는 전했다. 알제리군은 반군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알제리 독자행보에 관련국 불만=이번 사태와 관련된 당사국들은 알제리군이 작전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18일 시드 알리 케트란드지 알제리 대사를 초치, 구출작전에 대한 경위를 물었다.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아베 신조 총리도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18일 귀국길에 올랐다. 현지에 파견된 일본 건설업체 ‘닛키’에 따르면 일본인 중 안전이 확인된 인질 7명을 제외한 10명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다.

AP통신은 16일 미국 정부가 알제리 정부에 인질 구출작전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앞으로 나쁜 소식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18일 런던에서 “우리 시민들의 안전한 귀국을 위해서 영국 및 알제리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며 “알제리든 북아프리카든 납치범들은 달아날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