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자살 어떻게 극복하나] ‘생명의 다리’로 거듭난 서울 마포대교
입력 2013-01-18 18:22
누군가 동행하며 내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밥은 먹었어?’ ‘잘 지내지?’ ‘피곤하지 않아?’ ‘무슨 고민 있어?’ ‘별일 없지?’…. 걸음을 따라 빛을 내며 눈에 들어오는 마음 속 글귀들이다. 이 문구들은 자살 1위 다리란 불명예를 안고 있는 서울 마포대교에 새겨진 힐링 메시지다.
최근 5년간 85명이 이 다리에서 투신, 자살을 시도하자 서울시는 지난해 9월 대교 양방향에 센서를 설치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보행자의 움직임에 따라 센서가 작동해 밝은 불빛에 담긴 희망의 글귀를 보면서 삶에 대한 의지를 다져보라는 의도다. 이렇게 마포대교는 ‘생명의 다리’로 다시 태어났다.
다리에는 보행자에게 말을 건네는 문구만 새겨져 있는 게 아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보고 싶은 사람’ ‘같이 걸어요’ 등 삶의 끝자락에서 떠올리며 위안받을 수 있는 메시지도 이어져 있다.
계속 걷다보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꾹꾹 담아온 얘기를 시원하게 해보라’는 글과 함께 ‘SOS 생명의전화’와 통화할 수 있는 전화기가 놓여 있다. 전화기에는 2개의 버튼이 있다. 119와 한국생명의전화로 바로 연결된다. 가장 힘든 순간 한번만이라 더 생명의 끈을 잡아보라는 취지다.
실의에 빠진 한 남자를 다른 남자가 볼을 꼬집으며 위로하는 모습의 ‘한번만 더’ 동상은 자살을 ‘한번만 더’ 생각해 보라는 간곡함이 묻어나 있다. 최근에는 투신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감시카메라도 설치됐다.
생명의 다리는 더 많은 시민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진화 중이다. 다음달 15일까지 ‘우리가 만드는 생명의 다리’ 이벤트를 통해 메시지를 공모, 뽑힌 내용은 4월에 생명의 다리에 새긴다.
한국생명의전화 자살예방센터 김봉수 사회복지사는 15일 “SOS 생명의 전화로 한달에 30통 정도 전화가 걸려온다”면서 “다행스러운 것은 고민 상담 내용이 자살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것이 많아 이 다리에서 생각을 바꾸는 사람이 많은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죽음이 눈앞에 어른거리는가. 한번만 더 생각해 보자. 자살이란 말도 뒤집어 보자. 살자다. 자살은 어쩌면 살고 싶어 하는 가장 강력한 자기표현인지도 모른다. 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게 바로 하나님이 주신 생명이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