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고·엔저 추세라도 속도는 조절해야
입력 2013-01-18 18:08
일본이 노골적인 엔저(円低)정책을 펴면서 일본발(發) 환율전쟁이 거론된다. 1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90엔을 뛰어넘어 엔화가치가 2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엔저 흐름은 이제 한국을 비롯해 세계의 걱정거리가 됐다.
일본의 엔저정책은 세계 각국으로 하여금 경쟁적으로 고환율정책을 택하도록 부추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다음달 열리는 주요20개국(G20) 회의 의장국인 러시아 중앙은행의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수석부총재는 16일 일본발 신(新)글로벌 환율전쟁을 경계했다.
국제사회는 엔저정책에 비판적이다. 같은 갈등의 재현을 경계하자는 뜻이다. 환율전쟁은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요 선진국들이 양적완화를 가속화하면서 과도한 유동성공급에 따라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신흥국과 선진국 간의 대립을 낳은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통한 수출확대정책은 글로벌 경기회복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엔저정책은 당장 일본의 경기를 띄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엔저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원화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교적 빨리 벗어나면서 무역수지 흑자 지속, 국내경제 펀더멘털 호조, 국가신용등급 상승 등의 호재로 원화가치가 상승세를 보여 왔다. 그런데 이 같은 원고(高) 추세와 일본의 의도적인 엔저가 묶이면서 원·엔 환율 급락(원고·엔저)을 낳고 있다.
지난 1년간 원·엔 환율은 26.7% 절상됐고 이 추세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 하락하면 국내 총수출은 약 0.92% 감소한다. 엔저정책에 대한 평가는 그만두고라도 당장 원·엔 환율의 급락세가 걱정이다. 무엇보다 다른 통화들은 하락세인데 원화만 강세를 보이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기준금리를 더 낮추거나 원화매입을 꾀하는 외국인자금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원화강세 속도를 조절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