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소식하면 오래 살까?

입력 2013-01-18 18:13

하루에 한 끼만 먹자는 ‘1일(日) 1식(食)’ 열풍이 일고 있다. 회원들끼리 체험 사례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가 인기를 끌고, 한 기상 캐스터의 체험기가 트위터에서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열풍은 일본의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가 쓴 책 ‘1일 1식’의 영향이 크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하루에 한 끼만 먹을 경우 신체 나이가 젊어지며 동안(童顔)과 탄력 있는 피부를 갖게 된다는 것.

소식(小食)하면 장수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유리한 일본의 스모 선수들은 소고기, 돼지고기 등이 듬뿍 들어간 고칼로리 음식인 창코나베를 앉은 자리에서 대여섯 그릇씩 해치운다. 때문에 그들의 1일 평균 섭취 열량은 일반인의 2배가 넘는 5500㎉에 달하지만, 평균 수명은 일반인보다 20여 년이 짧은 56세에 불과하다. 반면 세계적인 장수촌으로 알려진 오키나와 주민들의 경우 1일 평균 섭취 열량은 일반인보다 30% 이상 적은 1500㎉에 불과하지만, 평균 수명은 82세에 이른다.

음식 섭취를 제한할수록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동물실험 결과에서도 증명되었다. 그런데 사람과 가장 비슷한 원숭이를 대상으로 20년 이상 진행된 최근의 두 가지 실험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었다.

위스콘신 국립영장류연구센터가 2009년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소식한 붉은털 원숭이의 경우 13%가 노환으로 사망한 데 비해 일반 붉은털 원숭이들은 37%가 노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후원을 받아 실시된 연구결과에서는 소식한 붉은털 원숭이들이 일반 붉은털 원숭이에 비해 특별히 오래 살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것.

다른 결과가 나온 결정적인 요인은 두 연구기관에서 붉은털 원숭이에게 제공한 식단의 질적 차이에 있었다. 국립노화연구소의 먹이는 설탕이 3.9%로 제한되고 어유(魚油)와 항산화제가 포함된 건강식이었던 데 비해 국립영장류연구센터의 경우 설탕이 28.5%나 함유된 불량 식단이었다. 또 국립노화연구소에서는 소식 그룹의 대조실험군인 일반 원숭이 그룹에게 정해진 양의 먹이만 제공했으나, 국립영장류연구센터는 먹이를 거의 무제한으로 공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무조건적인 소식보다 자신에게 알맞은 칼로리 양을 섭취하고 현대 식단에서 문제시되는 고지방, 고나트륨, 고당분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