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택시법, MB 거부권 행사하고 국회는 폐기하라

입력 2013-01-18 18:05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열릴 국무회의에서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택시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자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딴죽을 걸고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그제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사회적 합의를 깨고 다시 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다”며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재요구를 하더라도 택시법 통과 때 이미 재의결 요건인 재적의원 3분의 2를 훨씬 넘는 222명이 찬성했다”고 했다. 택시업계는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전국의 택시 운행을 중단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택시법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여야 국회의원 5명이 30만 택시기사들의 표를 잡기 위해 급조해 본회의까지 통과시킨 대표적 포퓰리즘 법안이다. 고정 노선이 없는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나라도 세계에 없을 뿐더러 자영업 형태가 65%를 차지하는 택시에만 국민 혈세를 연간 1조9000억원씩 퍼주는 것은 문제 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도 표에 눈 먼 정치권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잡는 게 낫다. 택시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자마자 여객선도 대중교통에 포함시켜 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고 전세버스, 화물차 등도 가세할 태세다.

택시법을 발의한 의원 중 한 명인 박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 움직임에 반대하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자신이 애써 발의한 법안이 폐기처분되고 식언한 정치인 오명을 쓰는 것을 원하는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공당을 이끄는 대표다. 일신의 명예를 지키자고 택시법 거부권 행사를 막아선 안 된다.

이 대통령은 정치권이나 택시업계의 위협에 굴복해 거부권 행사를 주저해선 안 될 것이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 입법권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두고두고 짐이 될 악법은 견제하는 게 마땅하다. 국회는 택시법이 몰고 올 부작용을 신중하게 고민해서 부결시켜야 한다. 국민들은 누가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찬성표를 던지는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