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軍, 헬기로 외국인 납치 이슬람 무장세력 폭격…인질 34명·납치범 15명 사망

입력 2013-01-18 01:47

무장세력 “프랑스, 말리 철수” 주장

김종훈 대사 “피랍 한국인은 없어”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이슬람 무장세력에게 납치돼 억류됐던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인 등 외국인 인질 34명이 17일 오전(현지시간) 알제리 정부군의 헬기 폭격으로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인질을 감금했던 무장세력 15명도 숨졌다.

프랑스의 군사 개입으로 촉발된 말리 내전 여파로 미국과 유럽, 일본 국적 민간인들이 숨지면서 북아프리카 소요사태가 제2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말리 이웃 국가인 알제리의 무장세력은 프랑스군이 말리에서 즉각 철수할 것을 주장해 왔다.

AFP통신과 알자지라방송 등은 이날 알제리 정부군의 헬기 공격 과정에서 동부 인아메나스 천연가스 생산시설에 있던 외국인 인질 34명이 사망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현지 언론은 외국인 사망자가 전날 무장세력 공격으로 사망한 영국인 한 명을 포함해 35명이라고 전했다. 미국인 2명을 포함한 인질 7명은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제리군은 무장세력이 인질을 데리고 가스전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고 할 때 공격을 개시했다. 알제리 정부는 지상군을 투입해 무장세력과 총격전을 벌였다. 외국인 납치를 주도한 ‘복면여단’의 대변인은 “정부군의 헬기 공격으로 조직 간부 아부 엘 바라아도 사망했다”고 밝혔다.

앞서 알제리 정부는 군 병력과 헬기를 동원해 가스 생산시설 단지를 포위하고 20여명의 무장세력과 이틀째 대치했다. 이슬람 무장세력은 이곳에 미국인 7명과 영국인, 프랑스인, 일본인 등 41명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프랑스군의 말리 군사작전 즉각 중지 및 철수를 인질 석방조건으로 내걸었다.

앞서 인질로 붙잡혔던 외국인 15~25명이 가스전을 탈출했다고 알제리 국영 APS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확인을 거부했다.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복면여단’은 전날인 16일 오전 5시쯤 가스전을 공격했다. AFP통신은 억류된 인질 중에 한국인이 있다고 보도했으나 김종훈 주 알제리 대사는 “한국인 인질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미국은 필요한 모든 조치를 적절하게 취할 것”이라고 말해 군사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은 긴급 회담을 열고 군사교관단의 말리 파견을 승인했다.

남혁상 이제훈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