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료원, 간병인 없는 ‘환자안심병원’ 가동

입력 2013-01-17 22:00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모(52)씨는 노모 간병비로 매달 200만원을 지출하다 결국 회사를 관두고 노모를 돌보기 시작했다. 두 아이를 혼자 키우는 중랑구에 사는 박모(40)씨는 최근 교통사고를 당한 둘째아이의 간병비 마련을 위해 만기도 안된 적금통장을 깼다.

서울의료원이 17일 ‘환자안심병원’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입원 환자의 간병 부담이 대폭 줄게 됐다.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월 최대 150만원의 간병비를 줄일 수 있다.

서울의료원은 전체 623병상의 29%인 4개동 180병상을 환자안심병원으로 운영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날부터 90개 병상이 우선 가동되고, 나머지는 오는 3월 초부터 운영된다.

환자안심병원은 하루 6만∼7만원의 간병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마련됐다. 간호사들이 24시간 내내 전문적인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의 위생, 식사, 운동 등도 도와준다. 병원보조원은 간호사들의 업무를 돕고, 사회복지사는 사무실에 상주하며 환자들에게 심리·경제·퇴원계획·재활상담 등을 해 준다.

환자안심병원 서비스에는 간호사 144명, 병원보조원 24명, 사회복지사와 기타 전문가 5명 등 전문 인력 173명이 투입된다. 1개 병동 당 간호사 6∼7명과 병원보조원 1명이 한 조를 이뤄 3교대(주간·저녁·밤)로 간병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안심병원 이용 여부는 담당 의사가 결정한다. 입원한 날부터 15일까지 이용할 수 있고, 의사 판단에 따라 1주일까지 연장된다. 3급 이상 종합병원의 평균 입원일수가 8.5일, 상위 4곳이 6.8일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하다는 게 의료원 측 설명이다.

환자가 많을 경우 대기 순서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소아와 산모, 정신질환자, 장기 입원이나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환자, 보호자 상주가 필요하다고 의료진이 판단한 환자 등은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의료원은 간호·간병의 질 향상을 위해 간호사 79명을 새로 고용한 상태다. 이로써 간호사 1인당 환자 비율은 기존 17명에서 7명으로 대폭 줄었다. 일본·미국 등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 간호교육팀도 신설했다. 서울시는 다음달 중 간호사들의 교육환경과 처우개선 등의 내용을 담아 관련 조례도 개정키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간병비 부담 때문에 한 집안의 경제가 아주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안심병원이 획기적인 조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