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 상주본 운명은… 소유권 다툼·공개 새국면

입력 2013-01-17 21:20

국보급 문화재 ‘훈민정음 해례본(訓民正音 解例本) 상주본’의 소유권자가 지난달 사망해 이 책의 운명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행방을 추적하던 문화재청 담당공무원마저 정년퇴직을 한 상태다.

경북 상주에서 2008년 발견된 상주본은 소유권 및 절도 소송에 휘말리면서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채 17일 현재 어딘가에 숨겨진 상태고, 배모(50·경북 상주시)씨만이 장소를 알고 있다.

배씨는 당시 “집수리 도중 발견했다”며 책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곧바로 상주시에서 골동품업을 하는 조모씨가 “도난당했다”며 물품인도 청구소송을 내 2011년 5월 대법원에서 상주본 소유권자로 인정받았다.

배씨는 지금까지도 책을 돌려주지 않고 있고, 조씨는 지난해 5월 문화재청과 국가 기증을 약정했다.

민사소송과 별도로 진행된 형사소송 1심 판결에서 배씨는 절도혐의가 인정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상주본 소유권이 조씨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배씨의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는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조씨가 지난해 12월 67세로 타계하면서 상주본의 소유권이 상속권자로 넘어가게 됐다. 조씨 가족들은 “이미 국가 기증을 약속해 상속의향이 없다”며 “정부가 알아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배씨는 계속 억울함을 호소하며 소유권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상주본 진짜 소유권자는 나고, 소유권 진실을 떳떳하게 밝혀낼 것”이라고 말해 민사재판 재심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배씨가 소유권을 인정받으려면 먼저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고 한 각종 증언이 위증임을 입증해야 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상주본을 찾는 데 4년을 꼬박 매달렸던 문화재청 강모(60) 추적반장이 작년 6월 말 정년퇴임을 해 상주본 행방 찾기와 소유권 분쟁은 새 국면을 맞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배씨가 책을 순순히 내 놔야만 소유권 문제가 정리될 수 있다”며 “배씨가 워낙 모르쇠로 일관해 영원히 찾지 못할 수도 있고 이미 책이 훼손됐을 수도 있어 걱정스럽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상주=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