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 멀어지면 경보음… 꼬리물기 막는 신호체계… 경찰관들 현장서 나온 아이디어 눈에띄네!
입력 2013-01-17 22:13
“‘수갑을 찬 피의자가 도망갔다’는 뉴스 때문에 경찰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 가슴 아팠습니다.”
서울경찰청 경무계 오재부(51) 경위는 수갑을 찬 피의자가 도주하는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경찰 이미지 추락을 걱정해 왔다. 오 경위는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우면 아프다며 엄살을 많이 부린다”며 “인권문제 때문에 수갑을 헐겁게 채우다 보면 손목이 빠질 수 있어 늘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평소 자주 이용하던 블루투스 센서를 수갑에 부착해 알람이 울리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피의자가 수갑을 차고 도주하면 블루투스 단말기와 수갑이 멀어져서 경보음이 생기는 원리다. 이 시스템을 응용해 출입문이 자동으로 잠기도록 할 수 있다. 오 경위는 “곧 시제품도 나온다”고 말했다.
심각한 교통정체를 유발하는 ‘꼬리물기’를 줄이는 아이디어는 서울경찰청 교통관리계 심재연(56) 경위가 냈다. 그는 지난해 ‘꼬리물기로 사회적·경제적 손실이 많다’는 연구보고서를 보고 머리를 굴렸다. 이어 신호로 꼬리물기를 제어하면 될 것 같았다. 시민들이 꼬리물기는 쉽게 저지르는 반면, 신호 위반은 범죄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심 경위는 꼬리물기가 심각한 서울 퇴계로 4가와 영등포전화국 사거리를 시범지역으로 정하고 사거리에 근접하기 직전 도로에 루프코일 감지기를 깔았다. 차량 속도를 감지해 시속 5㎞ 아래로 떨어지면 원래 70초였던 녹색 신호를 50초로 단축시켰다. 꼬리물기로 사거리가 막히면 신호를 자주 바꿔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원리다. 경찰은 이 시스템 적용 후 꼬리물기가 66%나 감소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심 경위의 아이디어는 지난달 28일부터 성수대교 남단, 역삼역, 영등포 홍익상가, 남부교육청 등 서울지역 10곳 교통 혼잡지역에서 시행 중이다.
서울 혜화경찰서 교통관리계장 장진욱(52) 경위는 전국 최초로 이륜차 전용 통행로를 만들었다. 이는 지난달 4일부터 동대문시장 주변에서 시행 중이다. 동대문 시장은 1000∼2000대의 오토바이가 짐을 싣고 횡단보도로 불법 통행해 심각한 교통체증과 보행자가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장 경위는 일당 7만∼8만원인 택배운전사들에게 3만∼4만원짜리 딱지를 떼는 건 가혹하다는 생각에 버스전용차로처럼 이륜차 전용통행로를 생각해냈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오 경위 등 5명에게 서울청장 표창을 하는 등 경찰관 24명에게 창의적 장비 연구개발 및 제도개선 유공 표창을 수여했다고 17일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