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입양,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입력 2013-01-17 20:02
최근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의 기사를 접하면서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정착하는 데 따르는 사회적 진통을 가늠해 보게 된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경제적 부담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절망과 두려움 때문에 자신이 낳은 아이를 키우기를 포기하기도 한다. 그 극단적인 선택이 영아유기로 나타난다.
때문에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꼭 그러한 선택밖에 없었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일부에선 이를 입양특례법 탓으로 돌리며 시행된 지 반년도 안 된 법의 재개정만이 해법인 양 주장한다.
입양특례법을 왜 개정했는가. 자신의 의사를 전혀 표현할 수 없는 입양아동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가정법원허가제를 도입하고, 양부모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강화하는 동시에 양부모도 자기가 낳은 아이와 동일한 지위로 아이를 기를 수 있게 했다. 이는 이제까지 어른 중심의 입양제도를 아동 중심으로 진전시킨 커다란 성과다.
아이 입양이 쉽지 않다는 주장은 출생신고와 관련한 부분이다. 종전에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입양을 보내 양부모가 출생신고를 하는 것이 관례적으로 용인돼 왔다. 아이를 낳은 사실을 지우고 싶어하는 친부모와 입양 사실을 숨기고 싶은 양부모의 이해가 맞아 가능했던 것이다. 어두운 과거였고, 이 과정에서 아동의 권익은 철저하게 무시됐다. 극단적으로 파양된 경우에도 법적으로는 친자로 등록돼 있는 말 못할 아픔을 겪는 입양인도 있다.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돼야 하고,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취득권을 가지며, 가능한 한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해 양육받을 권리를 가진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의 내용이다. 출생에 대한 즉각적인 인정은 아동의 권리이며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돼 있는 가장 기본적인 부모의 의무이다.
얼마 전 막내가 ‘아! 우리 엄마 보고 싶다’라고 말해 집사람이 ‘여기 엄마가 있는데 무슨 말이야’라고 하니 열한 살 된 어린 것이 재빨리 얼버무리는 것을 봤다. 얼마나 자기의 출생에 대해 알고 싶으면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이 나왔을까.
입양인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 바람이 좌절됐을 때 입양인들이 경험하는 고통을 보통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입양한 나의 막내가 겪는 고통은 내가 대신 해줄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지난해 출범한 중앙입양원은 입양인 뿌리찾기를 지원하기 위해 이들의 출생과 입양에 관한 기록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일에 역점을 두고 있다.
새로운 제도가 정착하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미혼부모라도, 가난하다 할지라도 직접 아이를 기를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강화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친부모가 기르기 어려운 경우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되도록 제도를 강화한 현 입양정책의 방향성이 뒷걸음질 쳐서는 안 될 것이다.
신언항 중앙입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