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만료되는 원자력 협정 개정… 한·미 새 정부 첫 ‘민감 현안’ 부상

입력 2013-01-17 19:39

내년 3월에 만료되는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가 박근혜 정부와 미국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처음으로 맞닥뜨릴 ‘민감 현안’으로 부상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일행에게 한 발언과 관련, 미국 정부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고 16일(현지시간) 말했다. 박 당선인은 16일 서울을 방문한 미국 대표단을 접견하면서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대선 공약으로 얘기될 정도로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인 만큼 국제사회가 신뢰할 만한 좋은 대안을 마련하고 논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을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 당선인의 이 발언이 언론에 공개됨에 따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처음으로 미국 측에 공식 요청한 사안이라는 무게를 갖게 됐다.

박 당선인이 캠벨 차관보 일행과의 만남에서 이 문제를 우선 거론한 것은 그만큼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워싱턴에서는 의회 심의와 검토 기간을 감안할 때 한·미 양국 정부가 늦어도 6월까지는 의견접근을 봐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회는 행정부가 제출한 원자력협정 관련 법령 개정안을 90일 안에 심의·검토하게 돼 있다. 여름 휴회 기간을 포함하면 지금 본격적으로 협상을 개시해도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분석이다. 2년간의 협상에도 양국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1974년 한국과 미국 정부 간에 40년을 기한으로 맺은 원자력 연료 이용에 관한 상호협정이다. 원자력협정에서 한·미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부분은 ‘농축·재처리 불가’ 조항이다.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은 사용 후 핵연료의 형질 변경이나 전용, 제3국으로의 이전 시 미국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원자력협정에 포함된 ‘농축·재처리 불가’ 조항이 평화적 핵 이용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며 이 조항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 국방부와 백악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은 핵확산 우려 등을 이유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에 부정적이다.

특히 이들 기관은 한국의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할 경우 이란과 북한의 핵 개발을 막을 명분이 약해진다고 우려한다.

워싱턴의 다른 소식통은 “원자력협정 개정 협의는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2기 정부가 출범한 뒤인 3월쯤부터 본격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 정부도 사안의 민감성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결국에는 양국이 윈-윈 하는 합의안을 도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