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력 실종’ 인수위… ‘철통보안+일방통행’ 불통 논란 증폭

입력 2013-01-17 19:25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한 정부부처 업무보고가 17일 마무리됐다. 지난 11일 시작된 업무보고가 진행된 1주일 동안 인수위는 ‘불통’ 논란이 증폭됐다. 스스로 표방한 ‘낮은 자세’는 철통보안 기조로 이어졌고, 정부조직개편안 같은 핵심 사안조차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 사전 협의 없이 발표됐다.

박 당선인은 지난 7일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인수위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는 곳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어느 것을 고치고 어떻게 시행할지 로드맵을 만들어 다음 정부가 차질 없이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무적이고 낮은 자세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됐다. 과거 인수위가 ‘점령군’ 행세를 하며 이런저런 말이 나왔던 점을 비판한 것이기도 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비롯해 모든 인수위원이 다음날부터 입을 닫았다. 정책 혼선을 방지한다며 각 부처의 업무보고에 대해서도 ‘노(No) 브리핑’을 선언했다. 박 당선인의 ‘낮은 자세’ 주문은 어느새 ‘보안주의’로 변질돼 있었다.

새누리당에서도 인수위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당 지도부는 정부조직개편안을 15일 인수위 발표를 보고야 알았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들고 야당을 설득하는 일도, 여의치 않을 경우 국회 처리를 강행하는 일도 새누리당 몫인데 인수위는 전혀 알리지 않은 것이다. 당 정책위의장인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 이정현 정무팀장 등이 당과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새누리당의 한 최고위원은 “인수위가 너무 불통이다. 최고위원회의를 해도 인수위 관련 내용은 전혀 언급이 없다. 업무보고든 조직개편이든 내용이 좀 나와야 검증도 되고 평가도 되는데”라고 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취재진이 있는 서울 삼청동으로 직접 찾아와 인수위 내부 사정 등을 캐묻기도 한다. 여당의 인수위 불만과 관련해 황우여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수위가 좀 조용히 하려는 것 아니겠느냐. 예비 당정회의를 가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시기와 일정에 대해선 “앞으로 협의하면 된다”고만 했다.

인수위는 수습에 나서고 있다. 일단 진 부위원장, 유 비서실장이 이날 국회로 가서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를 만나 정부조직개편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일방통행식 브리핑으로 취재진과의 설전이 잦던 윤창중 대변인도 오전 브리핑 후 30명이 넘는 기자들을 금융연수원 카페로 데려가 커피를 사며 20여분간 질의응답에 응했다. 진 부위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 해양경찰청 등 마지막 업무보고 브리핑을 비교적 상세하게 했다. 김 위원장은 18일 취재진과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하지만 인수위의 소통 노력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한 재선 의원은 “인수위에 친박근혜 그룹 등 특정 정치세력을 배제한 건 의미가 있지만 ‘정치력’마저 실종되면서 인수위 운영이 제대로 되는 것 같지 않다”고 꼬집었다.

백민정 유성열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