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대선 공약 폐기 주장, 국민에 도리 아니다”
입력 2013-01-17 19:25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17일 “정성을 다해 만든 대선 공약을 ‘지키지 말라’ ‘폐기하라’ ‘모두 지키면 나라 형편이 어지러워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 혼란을 초래하고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을 두고 정부와 새누리당 일각에서 속도조절론을 제기하며 출구전략 마련을 촉구하자 급제동을 건 것이다.
김 위원장은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예정돼 있지 않은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기간 국민들께 내놓은 공약들은 실현 가능성과 재원 마련 가능성 등을 관계자와 논의해 진정성을 갖고 하나하나 정성껏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새 정부가 시작도 되기 전이고 인수위의 정권인수 작업도 끝나지 않았으며, 아직 (공약에 대한) 검토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일부 언론이 마치 인수위가 공약을 수정하는 것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공약 세부이행 계획을 우리가 한번 들여다보겠다는 것이지 공약을 수정한다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전날 “개별 공약의 수준이 서로 다른지, 중복되지 않는지, 지나치게 포괄적이지 않은지에 대해 분석·진단하겠다”고 밝힌 발언이 공약 수정을 시사한 것으로 보도되자 반박한 것이다. 윤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기자회견이 박 당선인의 지시나 의견조율에 따라 실시된 것이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고, ’공약 속도조절론이 나온 여당에 대한 메시지이냐‘는 질문에는 “굳이 확대해석은 않겠지만 부인도 안 하겠다”고 했다.
겉으로는 박 당선인과 의견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했지만 김 위원장이 기자회견까지 자청하며 공약 이행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은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수위가 이날 정부 업무보고를 마무리하고 로드맵 수립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강공 드라이브를 걸어 공약수정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인수위는 또 정권 출범 전부터 여당과 공무원 조직의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고 결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에서는 비박(非朴·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박 당선인의 공약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며 새 정부와 각을 세우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부처는 업무보고 과정에서 예산을 이유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인수위는 초반 기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리고 당과 정부에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면서 동시에 강력한 경고를 날린 셈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