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회계법인, 웅진계열사 감사보고 격돌
입력 2013-01-17 19:26
국내 대표적 회계법인 두 곳이 기업 회계감사보고서 내용을 놓고 격돌했다. 웅진폴리실리콘을 감사한 삼정회계법인과 웅진에너지를 감사한 한영회계법인이 작성한 2011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는 두 회사 사이에서 이뤄진 매출·매입 거래내역 금액이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재무제표의 주석으로 기재하는 특수관계인 사이 매출·매입은 숫자가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무려 284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284억원은 류현진 선수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 진출할 때의 이적 비용이다.
숫자가 맞지 않는데도 각 회사의 회계감사를 맡은 삼정·한영회계법인은 모두 적정 판정을 내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리는 감사보고서는 투자자들이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자료인 만큼 정확한 회계와 상세한 설명이 필요한데 오류가 방치된 것이다.
284억원의 차이는 매출·매입 발생 기준을 물품 인도 시점으로 볼 것인지, 대금 지불 시점으로 따질 것인지의 시각차 때문이다. 웅진에너지가 웅진폴리실리콘의 폴리실리콘을 사들이기로 약정하면서 284억원을 미리 지급했는데, 이를 한쪽에서는 매출·매입에 해당한다고 봤고 다른 쪽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해석한 것이다.
웅진폴리실리콘을 감사한 삼정은 물건을 주지 않았으니 엄연히 매출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서지희 전무는 “물건이 양도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출로 잡으면 안 되고 미리 받은 돈은 매출이 아닌 우발채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영은 거래내역에 선지급금을 반영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주섭 전무는 “매입을 예약하는 거래인 선지급금을 전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를 ‘매입 등’으로 회계 처리해야 옳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특수관계인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거래를 망라하는 것이 재무제표 주석 작성의 취지”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은 17일 “웅진폴리실리콘은 비상장사라서 회계감독의 대상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다만 선지급금을 적시하지 않은 쪽에 더 문제가 있다”고 정리했다. 이에 삼정은 “선지급금은 보고서의 우발채무 약정사항에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