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 하우스푸어 대책 보유주택 지분매각제 시행까진 곳곳 암초

입력 2013-01-17 19:27


집의 일부만 팔아 빚을 갚도록 하는 지분매각제가 이르면 상반기에 등장한다. 지분매각제는 집은 있지만 빚더미에 깔린 하우스푸어를 위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전부터 무임승차 가능성, 형평성, 재정부담 가중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자기 집 지분을 제3자에게 넘겨주고 사실상 월세인 임대료까지 낼 사람이 많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채무자가 손실의 일부를 분담하고, 매각 지분에 대한 임대료는 가급적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는 17일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에 대한 검토 결과를 최근 인수위에 보고하고 세부 이행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분매각제는 시가 3억원 집에 살면서 은행에 갚을 돈이 1억원이라면 주택 지분의 3분의 1을 팔아 빚을 갚고, 나머지 2억원의 지분만 갖는 방식이다. 지분을 가져간 기관에 주택 사용료인 임대료를 매달 내야 한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팔았던 지분을 다시 사들일 수 있다. 하우스푸어가 내놓은 주택 지분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기관이 사들여 자산 현금화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긴다. SPC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돈을 끌어오고, 하우스푸어는 이 돈으로 빚을 갚는 것이다. 하우스푸어가 내는 임대료는 ABS를 산 공공기관과 금융회사 등 투자기관에 이자로 지급된다.

지분매각제는 현재 시행 중인 우리은행의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 후 재임대)’과 흡사하다.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은 대출금을 못 갚는 채무자가 집을 신탁회사에 맡기면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인 연 4% 수준의 임대료만 내고 계속 살 수 있게 한 상품이다. 하지만 시행 두 달이 넘도록 신청자는 3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분매각제도 개점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감이 크다.

이는 매월 내는 임대료 부담이 가장 큰 원인이다. 박 당선인이 당초 제시한 임대료는 지분 가격의 연 6%다. 연체 이자율보다는 낮지만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연 4∼5%)보다 높아 큰 매력이 없다. 인수위와 금융위는 임대료를 1∼2% 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우스푸어가 임대료를 못 내 부실이 생기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공공기관이 주택 지분을 사들일 경우 어느 정도의 공적 자금 투입은 불가피하다. 당국은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하우스푸어로부터 받을 돈이 있는 금융회사가 손실을 먼저 분담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환 능력을 따지지 않고 돈을 빌려준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잇따라 문제점이 드러나자 채권단 워크아웃(채무조정) 방식이 보완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3개월 이상 못 갚은 주택담보대출 부실 채권을 신용회복위원회나 주채권은행의 워크아웃 대상에 넣는 것이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을 워크아웃 채권으로 분류할 경우 금융회사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고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여기에다 도덕적 해이 확산은 물론 대출금을 잘 갚아온 사람이나 무주택 채무자와 형평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지분을 팔 때 최대 30%까지 할인된 가격에 넘기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할인 금액만큼 하우스푸어가 손실을 감수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분매각제를 실행에 옮기려면 아주 면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