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값 올려도 정부서 전화 한 통 없어요” 정권교체기 가격 인상 러시

입력 2013-01-18 01:02


정부 교체기에 밀가루, 고추장, 콩나물, 소주 등 서민생활에 밀접한 제품의 가격 인상 도미노가 계속되고 있다. 현 정부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물가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틈을 타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17일 “그동안 정부가 불황 등을 이유로 업체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수시로 요청하고 관리를 해 왔지만 요즘은 전화 한 통 없다”면서 “어차피 가격을 인상할 거라면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가격을 올리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주류는 ‘처음처럼’ 등 3가지 소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8.8% 인상했다. 지난해 말에는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등 소주 출고가를 평균 8.19% 올렸다.

이달 초 과자, 빵, 라면 등의 원료인 밀가루 가격이 올랐고 고추장, 된장, 포장김치도 줄줄이 가격 인상 중이다. 지난해 12월 초에는 콩나물, 두부 등의 가격 인상이 있었다. 주요 식품 가격이 대선이 끝나자 우후죽순처럼 오르고 있는 것이다.

주류의 경우 국세청, 다른 식품은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정부부처와 협의를 통해 가격 인상폭, 시기 등을 사전 조율하는 게 일반적이다.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가격 통제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업체들이 정부 방침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 없다는 건 업계의 오랜 불문율이다. 풀무원이 2011년 말 콩나물과 두부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가 정부가 특별물가관리를 지시하자 바로 철회한 바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어떤 이유로든 세무조사 등을 받는 게 관행이었다.

업체 관계자는 “임기말에는 정부가 인수위 보고 등을 준비하느라 세무조사 등을 생각할 여유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새 정부 초기에는 정부의 물가단속 의지가 강하고 수단도 많아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가격 인상 요인이 생겨 불가피하게 올리는 것이지 기습 인상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국제곡물가, 전기요금 등이 오르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대형 식품업체들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등에서 전년보다 나은 실적을 보이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