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힘들때마다 가슴에 와 닿았던 말 일흔여섯가지… 정호승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입력 2013-01-17 19:11


“제 책상 앞에 붙어 있는, 토성에서 찍은 지구 사진을 늘 바라봅니다. 실은 지구를 찍은 사진이 아니라 토성을 찍은 사진인데 일곱 개 토성의 고리 너머 머나먼 곳에 지구가 조그마하게 찍혀 있습니다. 저는 그 사진을 처음 본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아, 지구가 저렇게 작다면 우주는 얼마나 큰 것인가.”(‘가끔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 보세요’에서)

7년 전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로 30만 독자의 심금을 울린 정호승(63·사진) 시인이 이번엔 ‘용기’에 대해 들려준다. 신작 산문집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김영사)에서다.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실패와 낙방과 억울함에 직면할 때마다 스스로 무릎을 세워 일어날 수 있는 말 한마디를 모았다. 그렇게 모은 말이 76가지이다.

“영화 ‘해리포터’를 떠올리면 결코 잊지 못할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열한 살 고아 소년 해리가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런던 킹스크로스역 벽을 뚫고 들어가는 장면입니다. 그것은 벽이 문이 되는 장면이었습니다.”(‘모든 벽은 문이다’에서)

시인은 잘 다니던 직장을 두 번이나 스스로 그만둔 적이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한 번은 국어교사였고 한 번은 잡지사 기자였다.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으로서 두 번에 걸친 사직은 삶의 고통을 가중시킨 보이지 않는 벽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그나마 벽을 뚫고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왔기 때문에 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돌 위에서 3년’이라는 일본 속담을 패러디한, 한마디도 그의 가슴에 새겨져 있다. 국창 송만갑 선생이 전남 구례군 산동면 수락마을의 수락폭포 앞에서 3년간 앉아 소리공부를 한 끝에 득음에 이르렀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그는 이렇게 썼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뜻을 세우는 곳은 항상 돌같이 차가운 곳입니다. 문제는 앉자마자 일어나버리는 데에 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벌떡 일어나고 싶을 때마다 ‘차가운 돌도 3년만 앉아 있으면 따스해진다’라는 말을 생각하며 10분이라도 더 앉아 있으려고 노력합니다.”(‘아무리 차가운 돌도 3년만 앉아 있으면 따스해진다’에서)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