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1% 하락땐 국내 총수출 0.92% 감소… 철강·석유화학·기계산업 최대 타격

입력 2013-01-17 19:00


“일본에 수출하는 중소기업 대표입니다. ‘원고 엔저’ 때문에 수익률이 20% 이상 떨어졌어요.” “자동차 부품은 1% 가격 차이로 수주여부가 판가름 납니다. 지금처럼 환율문제가 장기화되면 경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17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한국무역협회의 ‘CEO 무역현장 위기대응포럼’에서 쏟아진 기업인들의 하소연이다.

최근의 급격한 환율 하락으로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원-엔 환율이 1% 떨어질 때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도 1% 가까이 줄어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환율 하락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산업은 철강·석유화학·기계 부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나홀로 원화 강세로 수출 경기 급락 우려’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발표하고 “외환시장 안정화 대책과 함께 한국 통화정책 방향성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원-엔 환율이 1% 하락하면 국내 총수출이 0.92%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철강·석유화학·기계산업의 수출이 각각 1.31%, 1.13%, 0.94%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정보통신기술(IT)산업은 0.87%, 자동차 0.68%, 가전 0.46%의 수출감소를 예상했다.

원-위안의 경우 환율이 1% 떨어지면 국내 총수출은 0.59%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이때도 기계와 석유화학 수출이 각각 1.1%, 0.74%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가장 충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은 0.5%, 자동차는 0.38%의 수출이 줄어드는 반면 IT 수출은 0.06% 감소에 그쳐 거의 영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위안화보다 엔화 하락 때 타격이 더 크다는 것은 한국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중국보다는 일본과의 경쟁이 더 치열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석유화학과 기계산업은 일본과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국과는 범용제품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환율 변동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반면 “IT와 자동차산업은 국내 제품의 경쟁력 향상으로 일본과 중국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원-엔 환율은 1월 15일 현재 100엔당 1188원으로 지난해 1월 평균 1489원보다 무려 26.1% 떨어졌다. 원화 강세와 함께 일본의 양적 완화, 무역적자가 겹친 탓이다. 같은 기간 원-위안 환율은 6.9% 떨어졌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