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에 부는 기독인문학 열풍… 한파에도 강의실 북적 큰 호응
입력 2013-01-17 21:07
17일 오후 7시30분 서울 창천동의 한 카페. 10여명의 20대 젊은이들이 강의를 듣는데 열중해 있다. ‘기독교가 정치를 바꿀 수 있는가’를 주제로 한 기독인문학연구원(대표 고재백) 주최의 인문학 겨울강좌 세 번째 시간. 강사로 나선 서울대 역사연구소 윤영휘 선임연구원은 영국의 정치가 윌리엄 윌버포스(1759∼1833)의 노예무역 폐지운동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새해 들어 크리스천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 및 독서모임이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인문 고전, 기독교 고전 독서 모임이 강좌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참가자들도 목회자와 평신도에서, 20∼30대 젊은 크리스천에까지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기독인문학연구원은 이달 초 개설한 8주짜리 ‘기독인문학을 위한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매주 2차례(월·목) 진행되는 강좌는 ‘기독교철학’과 ‘영국 복음주의 지성의 흐름’이라는 커다란 두 줄기로 나눠 진행된다. 특히 영국 복음주의 지성의 흐름의 경우, 윌리엄 윌버포스를 비롯해 ‘인도를 변화시킨 구두수선공-윌리엄 캐리’, ‘20세기 지성계를 흔든 나니아의 작가 : C.S.루이스’ ‘세속화 시대의 등불 - 존 스토트’ 등 인물을 중심으로 다룬다. 강사인 윤 선임연구원은 “강의는 일반인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최적화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교목실 언더우드 학원선교센터의 ‘연세대 명저(名著) 출판 교수와 함께 하는 목회자 독서모임’은 지난해 가을에 이어 올 봄에도 이어진다. 오는 3월12일부터 5월28일까지 매월 2차례 총 6개 강좌가 예정돼 있다. 정종훈 연세대 교목실장은 “지난해 수강생 절반 이상이 재등록을 신청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성공회일산교회는 매월 2차례 ‘명심보감과 성경어휘’를 주제로 인문학 특강을 진행 중이다. 동양 고전과 기독교의 성경어휘를 한자로 풀어 대중이 인문 고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교회 신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참석이 가능하다. ‘책 읽고 글쓰는 그리스도인’을 모토로 내건 로고스 서원(대표 김기현 목사)은 이달 초부터 청소년대상 독서 모임을 갖고 있는 중이다.
인문학과 독서에 관한 크리스천들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상은 어떻게 봐야 할까.
크리스천 독서지도사이자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인 송광택 목사는 “성도들의 지적 수준은 한층 높아졌지만 교회나 목회자가 지적 욕구를 모두 채워주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또한 표피적인 신앙을 벗어나 인생과 신앙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하는 욕구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