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수 늘리기보다 작지만 건강한 교회로”… 기장 총회 ‘제2회 개척목회자 양성 아카데미’

입력 2013-01-17 18:32


“바람직한 개척목회의 길을 모색합니다.”

작지만 건강한 교회를 꿈꾸는 개척교회 목회자들과 개척을 준비하는 목회자 2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지난 14일부터 천안의 한 산골 기도처에 모여 개척에 관련된 고민과 노하우를 나눴다.

이 모임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 비전2015부가 마련한 ‘제2회 개척목회자 양성 아카데미’다. 16일 오전, 세미나가 열리고 있는 충남 천안시 병천리 한국디아코니아자매회에 이르는 산길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쌀쌀하고 궂은 겨울 날씨였지만 강당은 ‘바른 목회’를 하고자 모인 참석자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참석자 우종구(56) 목사는 자신의 목회철학을 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해 지난해 9월 경기도 고양시에 높은빛예심교회를 개척했다. 우 목사는 지난해 8월까지 1600여명의 성도가 출석하는 중형 교회의 담임목사로 일했지만 개척을 위해 사임했다. 그는 “교회의 역사가 깊어질수록, 교회가 안정화 될수록 점차 화석화되는 것을 느꼈다”며 “담임목사 한 사람이 교회와 교인을 모두 바꿀 수는 없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결국 그는 안정된 담임목사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개척교회 목사라는 다소 험난한 길을 택했다. 우 목사는 “교회 운영이나 재정 문제 등 개척의 어려움은 모든 개척교회가 가지고 있는 공통된 어려움이지만 교인 수가 적어지고 나니 한 영혼, 한 영혼에 대한 관심과 사랑, 헌신 등 목회자 본연의 역할에 더 충실해 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심교회는 현재 성도 100여명이 출석하고 있다. 그는 “기장 교회의 정신을 살려 환경, 정의, 평화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을 감당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4월 개척교회를 시작하는 최석원(50) 목사도 목회자 본연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담임목사직을 내려놓았다. 최 목사는 “교회가 교회답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교회는 120년 만에 쇠퇴기를 맞게 됐다”며 “주님 오시는 날까지 복음의 사명만을 감당하는 정말 목사다운 삶을 살고 싶어 개척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개척에 대한 두려움이 물론 있지만,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기장의 개척목회자 세미나는 보통의 개척·부흥·전도 세미나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이날 진행된 5차례의 강의에서는 ‘성도 수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나 ‘전도’ 등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교회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는 문제들과 난관을 극복한 경험 등이 강의의 주 내용이었다. 강사들은 ‘작지만 건강한 교회’를 지향할 것을 조언했다.

강사로 나선 김진수 목사(반석위에세운교회)는 “개척 20년 만에 예배당을 건축했는데, 결국 건축비 증가와 이로 인한 재정 악화로 교회 건물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실패와 광야의 경험을 통해 더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내가 개척한 교회가 커지면 주변의 다른 교회가 벼랑 끝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크게 성장하는 것보다 바르게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안=글·사진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