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실패해도 괜찮아!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첫딸 위한 그림책 낸 만화가 강풀
입력 2013-01-17 21:21
아빠가 된 인기 만화가 강풀(본명 강도영·39·사진)이 유아그림책을 냈다. 결혼 7년 만에 갖게 된 첫 딸 ‘소리(태명 은총)’를 위한 선물이다. ‘안녕, 친구야’(웅진주니어)는 축복의 신호인양 소리가 태어난 지난 14일 인쇄소에서 함께 세상으로 나왔다.
“아하하하. 정말 좋네요. 아기 얼굴 보고 있으면 행복하구나 하는 느낌이 절로 들더라고요.”
강풀 작가를 17일 전화 인터뷰했다. 전화선 너머 그는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조명가게’ ‘그대를 사랑합니다’ ‘26년’ 등 매년 한 편씩 숨 가쁘게 쏟아내는 다작의 작가였지만 지난해는 태어날 아기를 위해 스스로 안식년을 가졌다.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던 날, 이 그림책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그림책 내용은 이렇다. 함박눈이 내리는 밤, 잠이 깬 아이가 안방으로 가다 발이 찧어 엉엉 운다. 이때 창밖에서 그만 울라는 아기 고양이를 만난다. 고양이가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얘기를 듣고 함께 찾아나서는 모험을 한다. 이 과정에서 고양이와 천적 관계인 개 등을 만나고…. 결국 아이는 고양이 엄마를 찾아주는데 실패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서민적 풍광의 서울 강동구에서 평생 살았고 아파트엔 살아본 적이 없다는 그가 만화 배경으로 곧잘 넣는 골목길 주택가는 이 그림책에도 등장한다.
강풀은 “뭘 하려고 했지만 잘 안 돼도 괜찮다는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실패의 과정에서도 성장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림책 주인공 아이가 집으로 돌아와 역시 문지방에 발을 찧지만 이번엔 울지 않는 것도 그런 걸 보여주는 장치라고 했다.
그는 “스토리는 여러 번 바꿨다”며 “출판사에서 그림책 주제로 선호하는 ‘너는 최고다’ ‘뭐든 할 수 있어’ 식의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앞으로 육아만화를 그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웃었다. 그는 “작가는 주변에서 소재를 찾으니까 먼저 아빠가 된 만화가 선배들이 육아만화를 그리는 경향을 보이더라”며 “지금으로선 그럴 생각은 없고 4월쯤 흥미 위주의 대중만화 연재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