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수위, 정치권과의 소통 노력 부족하다

입력 2013-01-17 18:45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에서조차 볼멘소리 나와서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진영 부위원장과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이 17일 국회 민주통합당 대표실에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기 전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인수위가 정부조직개편안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라고 발표하자 민주당이 항의해 비대위 출범에 대한 예방으로 수정한 것이다. 민주당의 항의에는 인수위가 이날 방문을 마친 뒤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야당의 이해를 얻었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갈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문 비대위원장이 진 부위원장에게 “야당과 반대자가 알게 하는 과정을 약식이라도 거치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혼날 수 있다”고 완곡하게 경고한 대목에서도 민주당의 불편한 심경을 읽을 수 있다.

민주당이 마뜩잖게 여기고 있는 이유는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해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부터 출발한다. 국가적 사안인 만큼 발표 이전에 야당과 논의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것은 당선인과 인수위가 민주당을 무시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정부조직법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서 공청회 등을 통해 야당 입장을 반영하겠다고 벼르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가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 발표 시기와 내용을 언론을 통해 알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대표적이다.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겸하고 있는 진 부위원장과 최고위원을 겸하고 있는 이정현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장에 대한 서운함도 표출하고 있다. 신성범 제2사무부총장은 인수위가 농림수산식품부를 농림축산부로 축소한 것은 잘못이라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농림축산식품부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조직법안이 수정된 사례는 많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통일부를 폐지하려다 좌절됐고, 노무현 정부에선 건설교통부를 국토교통부로 바꾸려 했으나 관철시키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출범 초기 기획예산처를 만들려다 무산됐다. 여야의 협조를 받지 않으면 정부조직법안이 자칫 누더기 법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료들이 부처 이기주의에 빠져 모든 수단을 동원해 로비에 나선 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인수위는 조만간 새누리당에도 정식 보고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늦었지만 해야 할 일이다. 진 부위원장이 문 비대위원장에게 언급한 대로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세부적인 사항이 확정되면 여야와 상의하는 것이 옳다.

정치권에는 ‘나불대는 촉새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조직 개편 작업이 마무리되기 전에 새나가 각종 회유나 외압으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진정성을 갖고 설득한다면 돌파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더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 가뜩이나 ‘불통 인수위’라는 별칭이 붙은 상황이다.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는 민의를 대표하는 여야와 소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