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진원 (14) 합창단·푸드마켓 운영…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

입력 2013-01-17 18:22


1998년 2월 KBS공개홀에서 가졌던 모금음악회는 합창단을 본격 창단하는 계기가 됐다. 나는 1991년 지역 학교 학생들의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고운빛여성합창단을 설립해 운영해왔다. 아마추어 합창단이었지만 96년 미국 LA시의회 초청으로, 97년에는 일본 NHK초청으로 해외공연을 했을 정도로 팀워크가 좋았다.

모금음악회를 준비하면서 여러 가수들을 섭외했는데 합창공연이 없으니 뭔가 허전했다. 고운빛여성합창단에 전문 성악교육을 받은 단원들을 영입해 준프로 합창단으로 발전시켜 공연을 하도록 했다. 지금은 일청합창단으로 이름을 바꾸고 혼성합창단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청은 선친의 고향인 청양에서 ‘푸를 청’자를 따와 영원히 푸르다는 의미에서 지었다. 순천시립합창단 지휘자이자 전국합창지도자협회 부회장인 이병직씨가 지휘를 맡고 있는데, 해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개척교회를 찾아가 찬양하기도 하고 교도소 소년원 같은 곳에서 위문공연도 하는데, 사례비는 일절 받지 않는다. 대신 합창단 운영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내가 책임지고 지원하고 있다. 일청합창단은 음악을 전공한 크리스천들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교회 성가대에서 봉사하거나 성가대 지휘를 하는 친구들이 많다. 무반주합창과 뮤지컬합창이 특기인데 성가를 공연할 때는 나도 은혜를 참 많이 받는다.

최근 들어서는 장학사업 외에 사회복지 사업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2009년 10월 영등포구사회복지협의회 회장에 취임했는데, 여기는 사랑나눔푸드뱅크 사랑나눔푸드마켓 사랑의빨래방 등을 운영하며 지역사회복지에 앞장서고 있는 곳이다. 특히 기존의 시혜자 중심 서비스에서 벗어나 수혜자 중심으로 전환한 푸드마켓은 모범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생필품을 일방적으로 나눠주던 방식에서 탈피해 필요한 것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한 게 푸드마켓이다. 물품들은 지역 내 기업이나 독지가로부터 기증받아 충당한다. 사랑의 빨래방은 무의탁 독거노인들을 위해 이부자리 빨래를 대신해주는 서비스인데 이 또한 반응이 참 좋다.

영등포구사회복지협의회에서는 얼마 전 ‘좋은 이웃들’ 사례발굴단이라는 봉사단도 만들었다.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내서 도와주자는 취지다. 법적 보호대상이 아니어서 정부 지원은 받지 못하지만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 관공서에서 이런 분들을 찾아내기는 힘들지만 동네 이웃들이 관심을 갖고 나선다면 어렵지 않다. ‘좋은 이웃들’에는 현재 73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는데 오는 9월까지 12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분들이 사명감을 갖고 봉사할 수 있도록 충남 온양온천에서 1기에 30명씩 1박2일 연수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미 4기까지 배출됐다.

가정교회에서 힌트를 얻어 가정사회복지협의회를 운영하는 방안도 구상중이다. 다섯 명 정도를 하나의 단위로 해서 1주일에 한 번 정도 모여 주위에서 자원봉사할 일을 찾아 봉사하는 모임이다. 돈으로 돕는 게 전부가 아니다. 어르신들 어깨 주물러 드리고 이야기 나누는 것도 아주 소중한 봉사다. ‘좋은 이웃들’ 연수를 마친 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동네 사랑방처럼 가까이 있고 친근한 자원봉사 조직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리=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