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재부와 발맞출 것”… 통화정책 방향 튼다
입력 2013-01-16 21:28
경제부총리가 부활하면서 올해 통화정책 방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거시경제와 재정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에 힘이 실리면서 한국은행도 정부의 발걸음에 맞추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하에 인색했던 한은 곳곳에서 벌써부터 물가보다 경기회복을 겨냥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의 강석훈 인수위원은 16일 경제부총리제 신설과 관련, “저출산·고령화·저성장 3중고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를 위해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수위 경제2분과 이현재 간사도 “기재부 장관이 부총리로 격상되면서 기재부 역할이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경제부처) 조정 역할이 없어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인수위는 경제부총리제가 폐지된 이후 같은 장관급인 기재부 장관과 한은 총재가 정책 시너지를 내는 데 실패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5년 만에 부활한 경제부총리는 통화정책에도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실제 2001년 말 당시 진념 경제부총리는 2002년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한은을 압박했었다. 그는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연 4% 경제성장을 위해 내년 상반기 예산 집행을 늘리는 한편 통화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영(기준금리 인하)하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3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한 상태였다. 진 부총리가 환율 방어 및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 정책을 주문하자 당시 전철환 한은 총재가 반발하는 등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한은은 과거와 달리 예산권까지 갖고 있는 초강력 기획재정부와 ‘허니문’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이후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던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같이 갈 때 효과적”이라며 새 정부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금리인하 정책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음을 암시했다.
김 총재는 최근 기재부 등 외환당국의 고민에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듯 “엔화 폭락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시장에 경고하기도 했다.
김 총재는 16일 열린 한국금융연구원 조찬강연회에서도 “거시건전성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등 시장 안정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부총리의 부활과 새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에 발맞춰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임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인수위가 18일 한은으로부터 당초 예정에 없던 공식 업무보고를 받기로 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힘 있는 경제부총리의 부활로 기재부의 입김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한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장기 통화가치 안정에 앞장서야 할 한은이 ‘기재부의 남대문 출장소’ 역할을 하며 정부의 단기 경기부양 기조에 끌려 다니고 종속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강준구 신창호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