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은 위험물? 소방기본법 명확한 명시없어
입력 2013-01-16 19:35
지난달 초 경기도 K시에 사는 김모씨는 아파트 베란다에 고드름이 얼어, 소방서에 고드름을 제거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출동한 119 소방관이 고드름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고드름 파편이 튀면서 아랫집 에어컨 실외기와 모기장이 파손됐다. 119측은 “고드름 제거 도중 파손된 물건은 신고한 사람이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결국 실외기와 모기장 값으로 수십만원을 물어줬다. 김씨는 “고드름 낙하로 다른 사람들도 위험해질까봐 좋은 뜻으로 신고했는데 괜히 나섰다가 덤터기만 쓴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근 계속되는 한파에 도심 곳곳에 생기는 고드름이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돈암동 지상 5층 건물에는 옥상 물탱크에서 흘러나온 물이 배관에 생긴 구멍을 따라 건물 벽에 얼어붙어 10m의 거대한 고드름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고드름 중 일부가 분리돼 땅으로 떨어지면 단단함과 크기가 벽돌에 못지않아 인명 혹은 재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접수된 고드름 제거 요청 신고는 서울에서만 63건. 이번 달 들어서도 서울 하루 평균 4∼5건이 접수되고 있다.
그러나 소방대원이 고드름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기물이 파손될 경우에 대한 명확한 보상규정이 없어 김씨처럼 신고자가 돈을 물어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서울시내 일선 소방서 관계자는 “우리가 물품 파손에 대해 보상할 의무는 없고, 지자체에 신고하면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구청 재난관리과 관계자는 “소방대원이 고드름을 제거하다가 제3자가 인적·물적 피해를 당할 경우 지자체가 보상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피해자가 (고드름이 달린) 건물의 주인이나 해당 소방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소방대원이 위험물 제거 활동을 하다 발생한 인적·물적 피해는 피해 당사자가 지자체에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도 “고드름이 위험물에 포함되는지는 명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