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태안 피해액 7341억”… 주민 “턱없다” 줄소송 예고

입력 2013-01-16 21:23


충남 태안 기름유출사고의 총 피해액은 7341억여원이라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하지만 피해주민들은 피해금액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즉각 반발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민사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대전지법 서산지원(지원장 김용철)은 16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2007년 12월 발생한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 사정재판에서 피해금액이 7341억4383만3031원이라고 결정했다.

피해금액 중 주민들의 직접적인 피해액을 4138억73만1359원, 방제비용과 해양복원사업에 사용된 비용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채권액을 2174억3616만6357원으로 인정됐다.

사정재판 결정문은 3∼4일의 인쇄기간을 거쳐 내주 중 피해 주민들에게 송달된다.

◇국내 법원의 피해금액 사정=법원이 결정한 피해금액은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이 피해금액으로 산정한 1824억여원을 훨씬 웃돈다. 국내 기름유출 피해금액 중 사상 최고액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하지만 피해주민들이 법원에 신청한 제한채권 규모는 12만7483건 4조2271억4848만8408원이어서 여기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법원이 피해 주민들의 손해액으로 인정한 4138억여원은 주민들이 피해금액으로 신청한 채권신고금액 3조4952억여원의 11.84%에 해당한다. IOPC펀드가 피해로 인정한 직접 피해금액 829억여원의 5배에 달하는 액수다. 주민 피해금액 중 수산분야는 3676억3195만7306원, 관광 등 비수산 분야는 461억6877만4053원이다. 또 맨손어업 등 신고어업자들에 대해서도 법원은 2376억972만2869원을 손해로 인정했다.

사정재판으로 확정된 채권은 지난 10일자 환율을 기준으로 1458억6400만원 범위에서 유조선사인 허베이스피리트사가 부담하고, 이를 초과하면 국제조약에 따라 3298억4860만원의 한도 내에서 IOPC펀드가 책임을 부담한다.

하지만 사정재판으로 확정된 손해액이 이 한도를 초과한 7341억여원이어서 한도 초과분 4043억여원을 유류오염사고 지원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IOPC펀드는 5년간 사정작업으로 피해 주민들이 청구한 12만8400건, 2조7752억8400만원 중 5만7014건, 1824억6400만원을 피해금액으로 인정한 상태다.

◇법원 결정 의미 및 향후 전망=이번 결정은 기름유출 사고 발생 5년 만에 최초로 법원이 손해액을 산출한 것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삼성 등을 통해 피해 주민들의 손해배상과 추가 지원 규모를 정하는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결정한 피해금액은 IOPC펀드의 사정금액을 훨씬 넘어선 반면 피해주민들이 청구한 피해액에는 터무니없이 적다. 따라서 피해 주민들은 바지락 등 생물 폐사에 따른 피해 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이다. IOPC펀드 역시 기름유출 사고의 선례를 우려해 자기의 주장 관철을 위해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산지원 관계자는 “사정재판 결과에 불복해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주민간담회를 통해 대책위원회별로 묶어서 소송을 제기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피해주민 절반만 소송을 제기해도 6만여건이나 돼 병합소송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피해주민들 반응=태안군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 문승일(48) 사무국장은 “5년이나 기다렸는데 결정 수준이 IOPC펀드 사정 수준정도여서 우리나라 사법기관에 대한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얼마나 지루한 싸움을 더 벌여야 할지 암담하고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문 국장은 이어 “피해 주민들의 갈등만 부추기는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지친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정재판 결과에 따라 배상금액이 나오는 대로 받겠다는 주민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 전 어촌계장 이충경(42)씨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씨는 “민박과 슈퍼마켓 피해로 1500만원을 신청했는데 기각됐는지 연락이 없다”면서 “5년이 지나면서 주민들이 많이 지치고 힘들어한다. 시간을 더 끌면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고통만 가중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정부가 사정재판에서 인정된 피해금액을 우선 지급해주고, 이후 절차를 진행해주길 기대했다.

Key Word-사정(査定)재판

정식 재판이 아닌 일종의 예비 재판이다. 원래 법정관리 기업의 관리인(법원이 선임)이 부실경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옛 경영진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다. 사정 결정은 책임추궁에 있어서 일반 손해배상 청구소송보다 훨씬 빠르고 간편하다. 이번 사정재판에서는 어민 등 피해 주민이 신청한 피해 당사자 적격 여부, 피해 종류, 규모, 금액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해 판정했다.

서산=정재학 홍성헌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