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박강섭] 관광소비도 세제 혜택을
입력 2013-01-16 19:23
국내 관광업계가 혹독한 한파에 얼어붙고 있다. 스키장과 겨울 축제장을 제외하고는 계절적으로 관광객의 발걸음이 뜸한 비수기지만 예년에 비해 체감온도는 더욱 낮다. 특히 하루 종일 사람 구경하기 힘든 지역의 영세한 관광업소는 아예 문을 닫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먹고살기에 빠듯한 소비자들이 관광에 지출할 지갑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13년 관광산업 경기실사지수(T-BSI)를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23포인트 하락한 81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국민들의 국내관광 지출을 예측하는 국민관광지출 전망지수(CSI)도 전년 대비 9포인트 하락한 102로 조사돼 장기적인 경기불황으로 관광산업 위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금 지원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달 초에 찾은 강원도 태백의 고생대자연사박물관은 기자가 취재를 하는 1시간 동안 관람객이 전혀 없었고, 최근 개장한 ‘365세이프타운’은 찾는 관광객보다 직원이 더 많았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직격탄을 맞은 고성의 통일전망대는 주말인데도 관광객이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문제는 요즘의 지역 관광산업 침체가 경기불황과 계절적 요인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간 외래관광객 1130만명을 달성했지만 수도권에만 집중돼 그 혜택이 지역에 골고루 분산되지 못했다. 주5일 근무제와 주5일 수업제의 정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국민들의 국내여행총량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관광 침체는 해외여행 기회 확대로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여기에 산행, 걷기, 캠핑 등이 확산되면서 관광지에서의 소비가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 자연자원 의존성이 높은 지역관광의 취약성과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접어들면서 숙박여행이 감소한 것도 국내관광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지역의 관광인프라를 확충하고 ‘한국관광의 별’ 등 명소화 정책도 펴왔다. 지방자치단체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축제를 개최하고 여행사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은 저성장 기조가 현실화되면서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그렇다면 나날이 위축되는 지역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현실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도 있지만 국내관광 지출경비에 대한 세제혜택 등 특단의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 시설, 서비스, 품질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숙박업소, 음식점, 여행사, 체험시설 등을 대상으로 ‘관광품질 인증마크제’를 도입하고 이 업소를 이용할 경우 소비자에게 연말정산 때 세제혜택을 주면 어떨까.
소비자들은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지역의 관광품질 인증업소를 이용하게 되고, 업소들은 품질인증을 받기 위해 서비스와 품질 경쟁에 나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세수 감소가 우려되지만 지역관광이 활성화되면 관광소비가 늘어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창출된다. 따라서 지역균형발전과 복지를 위해 투입해야 할 세금을 줄일 수 있어 큰 틀에서 보면 오히려 득이다.
관광소비에 대한 세제혜택은 현 정부 출범 때도 검토됐지만 세수 감소 우려 및 관광소비와 일반소비를 어떻게 구분하느냐에 대한 운영상의 문제로 논의 단계에서 배제됐다고 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거주하는 시·군이 아닌 타 시·군의 품질인증업소를 이용할 경우에만 세제혜택을 준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지역관광이 붕괴되고 나면 특단의 대책도 별무효과다. 중소기업과 영세업체를 위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살리기 정책은 지역의 영세한 관광업소를 살리는 일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기대해본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