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미창부, 미창과부
입력 2013-01-16 19:22
새 정부조직 개편안이 15일 발표된 이후 몇몇 부처가 약칭 문제로 고심한다고 한다. 원 이름을 구성하는 단어에서 한 자씩 따는 게 관행이지만 어감이 이상하거나 개명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서 이름을 바꾼 안전행정부는 ‘안행부’가 첫째 대안이지만 ‘안 행복하다’로 오해될 수 있다. 국민행복을 공약으로 내건 차기 정부가 국민안전을 우선시한다는 취지로 새 이름을 지었는데 행복하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면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안전부’로 하자니 공안당국을 연상시키고, ‘행정부’는 행정부 전체와 혼동될 수 있다.
이번 정부 개편의 꽃으로 불리는 미래창조과학부도 고민이 크다. ‘미창과부’ ‘미창부’ ‘미과부’ ‘창과부’ 등의 조합은 하나같이 어감이 나쁘다. ‘미래부’는 업무영역이 쉽게 떠오르지 않고, ‘과학부’는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다는 취지를 담지 못한다. 지식경제부에서 개명된 산업통상자원부도 통상 업무를 부각시키기 위해 ‘산통부’나 ‘통자부’란 약칭을 쓰자니 어색하다.
이런 설왕설래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때가 절정이었다. 작은 정부란 목표 아래 부처를 통합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 업무를 합친 지식경제부의 지경부는 ‘어쩌다 이 지경’ 등을 연상시켰다. 지식부는 경제부처 느낌이 나지 않고, 경제부는 다른 경제부처들과 종주권 논란을 일으키는 도전적인 작명이었다.
당초 개편안에 포함됐던 보건복지여성부는 보복녀부, 보녀부 등의 약어로 고심했지만 국회 협상 과정에서 여성부가 독립부서로 남게 돼 논란을 피해갈 수 있었다.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합친 기획재정부 역시 기재부가 생소하다며 재정부를 쓰기로 했지만 기획예산처 출신들이 박탈감을 느낄 만한 작명이었다.
앞서 1994년 보건사회부를 보건복지부로 개칭했을 때 보복부란 약칭이 섬뜩해 구설에 올랐고, 98년 내무부와 총무처를 통합한 행자부(행정자치부)도 특정 종교를 떠올리게 한다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정부부처 약칭은 국민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기 때문에 이미지 효과가 크다. 해당 부처가 신경을 쓰는 것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괄목할 성과를 내느냐다. 이름만 번지르르하고 하는 일이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미창부든 미창과부든 국민의 사랑을 받아 장수하는 길은 역시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