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복되는 유독물질 유출사고, 그동안 뭐했나

입력 2013-01-16 19:11

충북 청주의 한 LCD 공장에서 불산용액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2일 경북 상주 염산 누출 사고, 지난해 9월 경북 구미 불산 누출 사고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데 같은 사고가 또 일어난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불산용액의 농도가 8%에 불과했고, 누출된 2500ℓ 전량이 자동 폐수 처리돼 인명 및 환경 피해는 없었지만 반복되는 비슷한 유형의 사고 소식에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유독물질이 유출되면 사고 현장에서 사람이 숨지는 것은 물론이고 대기·수질 오염으로 이어져 상상을 뛰어넘는 피해를 야기한다. 구미 불산 유출 사고의 경우 5명이 사망했고 인근 주민 1만여명이 치료를 받았다. 주변 임야가 황폐해졌고 가축 수천마리가 이상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안전의식과 관리 시스템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청주시는 사고가 난 공장이 유독물질을 발로 밟아 깨지는 파이프에 보관했고, 작업자는 안전수칙을 어기고 밸브 이음새 위에 올라갔던 것으로 잠정 파악했다. 현행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에 유독물질 설비에 대한 구체적 기준과 규정이 없어 업체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각종 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제도적 맹점이 다시 드러난 것이다.

상주 염산 누출 사고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공장 측은 염산이 누출되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도 소방서 등에 신고하지 않았다. 주민의 신고 전화를 받은 당국의 허둥거리는 모습은 구미 불산 누출 사고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재난방지 시스템을 갖추고 매뉴얼에 따라 처리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몇 개월 만에 허언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며 국민의 안전을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새 정부의 정책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나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부처 이름을 바꾸는 것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했는지 보이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제시해야 한다. 사고 수습이 끝난 뒤 발표되는 형식적인 대책을 귀담아 듣는 국민은 이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