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공약 현실성 여부 냉철하게 가려야

입력 2013-01-16 19:17

선택·보편적 복지방식 절충하되 점진적으로 추진하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공약을 둘러싸고 논란이 적지 않다. 국민과 한 약속이기에 기필코 관철해야 한다는 원칙론이 있는가 하면 재원마련을 비롯한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해서 추진 방식 등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는 박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나친 원칙론에 얽매이기보다 모든 상황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선공약에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돈이다. 예컨대 복지 공약 중 기초연금 도입이 논란의 핵심이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의 전 고령층에게 월 20만원씩을 지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소득 하위 70%만을 대상으로 월 9만7100원을 지급하는 기초고령연금과 장애연금을 통합해 지원액수를 늘리고 대상을 65세 이상 전체로 확대한 보편적 방식인 셈이다.

박 당선인이 기초연금을 공약으로 내세운 배경을 모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이 38%에 이를 정도로 노인 빈곤문제가 심각하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노인 빈곤문제는 급속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미처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지지 못한 탓에 생긴 것이므로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재원조달의 어려움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추계에 따르면 기초연금은 내년부터 4년 동안(2014∼2017) 총 44조513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기초연금 필요재원은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정책은 필요성만으로 추진될 수 없다. 감당할 수 있는 여력, 특히 재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 가지 해법은 보편적 복지방식인 기초연금 공약을 선별·보편적 방식으로 절충하는 것이다. 소득 하위 30%에 대해서는 월 20만원을 지원하되 소득 하위 31∼70% 및 상위 30%에 대해서는 지원규모를 줄이는 방법도 가능하다. 또한 월 20만원 지원액수도 당장 추진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시기를 두고 실시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당인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박 당선인의 대선공약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16일 “예산이 없는데 공약이기 때문에 공약대로 하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으며, 정몽준 의원도 “공약은 가능한 한 지키면서도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발전방향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약 이상으로 현실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발언이다.

대선공약이 철저한 자체 검증을 통해서 마련됐다고는 하나 우선적으로 표를 의식한 것이기 때문에 현실성을 따져봐야 한다. 인수위가 대선공약의 현실성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점을 처음으로 시사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재원마련 없이 복지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중도에 정책을 포기하고 결국 정권마저 내주고 말았던 일본 민주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