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촌 운영·학교 건립 “원더풀 코리아”… 한국교회 ‘아이티 대지진 구호 3년’ 성과와 점검
입력 2013-01-16 19:06
꼭 3년이 흘렀다. 2010년 1월 12일 카리브해의 작고 가난한 나라 아이티를 강타한 지진은 24만명이 넘는 사람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실종자까지 더하면 수도인 포르토프랭스 인구(300여만명) 10명 중 1명이 죽거나 사라졌다. 그러나 지난 3년은 아이티를 향한 한국교회의 사랑이 열매를 맺는 시기이기도 했다. 한국교회의 ‘아이티 구호’ 연합사역 3주년을 뒤돌아봤다.
◇‘아이티를 도와라’ 한국교회 총결집=16일 기독 NGO와 주요 교단 등에 따르면 아이티 지진 대참사 구호를 목적으로 모아진 성금은 약 160억원. 미얀마 사이클론 발생 당시(2008년 4월)나 동일본 대지진(2011년 3월)이 터졌을 때의 성금을 크게 웃도는 액수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단장인 조현삼 서울 광염교회 목사는 “당시 한국교회의 아이티 구호사역은 모금 액수나 세부지원 활동으로나 사랑의 열정이 두드러진 하나의 대표적인 사건이었다”면서 “한국교회가 아이티에 대한 전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에 불을 당긴 사례”라고 평가했다. 당시 주요 단체에 답지한 모금액은 한국교회희망봉사단(한교봉)이 국민일보와 함께 모금운동을 펼쳐 37
억원, 예장통합교단이 36억원, 월드비전 26억원, 기아대책 25억원 등이었다.
특히 대표적인 교회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교봉 및 주요 교단들이 ‘아이티한국교회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라운드 테이블을 구성, 연합 활동을 도모한 것은 큰 성과로 꼽힌다.
발 빠른 현지구호활동도 눈길을 끌었다. 지진발생 이틀째인 1월 13일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긴급구호팀의 현지 출발을 시작으로 주요 기독 NGO들의 현지 긴급구호활동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긴급구호사역은 현재 중·장기 지원사업으로 전환돼 지속되고 있다(표 참조).
이 과정에서 이뤄진 지원 분야는 주거 및 의료, 교육사업과 복음사역 등 다양하다. 특히 의식주 구호뿐만 아니라 복음전도 및 교회재건사업에도 열매가 익는 중이다. 대한성서공회 등 성경 전문 출판·번역기관과 주요교단, 교회들이 아이티 현지어(크레올어)로 번역된 성경을 대량 보급한 것. 이와 함께 지진으로 무너지거나 파손된 교회 70곳을 다시 고쳐 세워주는가 하면 구제사역을 담당하는 선교센터 건립도 진행 중이다.
전지환 한국 월드비전 국제구호팀장은 “아이티 구호활동은 이제 본격적인 첫 삽을 뜬 상황이며, 재난 복구에만 수년이 더 걸릴 것”이라며 “무엇보다 아이티의 어린이들이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관심과 기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과주의’ 지양·종합사역 보고서 발간 필요성=한국교회의 아이티 구호사업 과정은 교계 연합사업에 대한 교훈을 얻는 계기도 됐다. 예장통합총회 사회봉사부 안홍철 목사는 “각 단체마다 너무 빨리 어떤 사역의 성과를 얻어내려는 성급함은 내려놓았으면 좋겠다”면서 “아이티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지원 속도의 완급을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사역·재정 집행 종합보고서’의 발간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교봉의 한 임원은 “지난 3년간 한국교계가 아이티를 어떻게 얼마나 지원했는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구호사업의 실수를 줄이는 한편 모금해 준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사역 내용을 보고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31면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