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생명나눔-인체 조직 기증] “고귀한 나눔” 서약… 교계·기업들 줄이어
입력 2013-01-16 21:45
지난달 2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가슴이 따뜻해지는 연극 ‘레미제라블’ 공연이 끝나고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연극을 총기획한 이종열(57)씨와 자베르 경감 역의 배우 차재성(57)씨 등 출연진 10여명이 극장 한켠에 마련된 부스에서 ‘숭고한 생명 나눔’인 사후 인체조직 기증 서약을 한 것. 배우들은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희망 서약, 함께하실래요?’를 외쳤다. 관객 30여명이 즉석에서 동참했다.
앞서 뮤지컬 ‘지저스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주연 배우 강효성(52·여)씨와 출연진 등 8명도 공연과 함께 진행된 기증 캠페인에서 서약서에 사인했다. 막달라마리아 역의 강씨는 “공연이 끝나고 조용히 기증 서약을 하고 가는 분들도 계셔서 놀랐다. 인체조직 기증이 어떤 것인지 알고 나서 너무 감동스러워 앞으로 이런 활동을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문화, 기업, 종교, 법조 등 각계의 인체조직 기증희망 서약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단체 서약이 부쩍 많아지고 있어 낮은 기증률 제고와 나눔문화 확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옥션-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임직원 100여명은 지난해 10월 인체조직 기증 교육을 받았다. 그중 30여명은 곧바로 서약했다. 직원 정수지(29·여)씨는 16일 “죽으면 필요 없는 몸을 다른 사람의 새로운 삶을 위해 내놓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상품 택배상자 안에 ‘천사의 선물-인체조직 기증’ 안내 리플릿을 함께 배송하고 있으며 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와 함께 피부이식이 절실한 저소득층 화상환자 돕기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NH농협과 포털 업체 ‘다음’도 오는 3월부터 기증서약 캠페인에 동참할 예정이다.
기독교계는 지난 가을부터 ‘찬양예배 형식’의 희망서약 릴레이 캠페인을 벌여오고 있다. 지금까지 우림교회 한강교회 선인중앙교회 새생명교회 넘치는교회 여의도순복음성북교회 등 6곳이 참여해 신도 310명이 서약했다. 새생명교회 김민수 목사는 “인체조직 기증을 통한 생명 나눔은 예수님의 뜻과 다르지 않다. 한번 행사에 130여명의 신도가 참여하는 등 반응이 좋아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사법연수원 43기 자치회 소속 연수생 21명이 단체로 희망 서약했고, 예비 의사들 모임인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도 자발적 캠페인을 통해 600여명의 기증 약속을 이끌어냈다.
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박창일 이사장은 “인체조직 기증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고귀한 나눔”이라면서 “최근 각계의 단체 기증 서약이 늘고 있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 7면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