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선택형 수능 도입 의지 있나… ‘시행 최소 1년 전 대학별 전형 확정’ 교육평가원 권고 무시

입력 2013-01-16 21:36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 처음 시행되는 선택형(A/B형) 수능시험을 도입하면서 최소한 1년 이전에 대학별 전형 방법을 확정, 발표해야 한다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권고를 무시한 것으로 16일 드러났다.

국민일보가 확인한 결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2010년 12월 31일 교육과학기술부에 ‘2009 개정 교육과정 시행에 따른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 개편 연구’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평가원은 이 보고서에서 “과거 각 대학은 (대입 전형 방법을) 1년 전에 발표해 왔으나 2014학년도의 경우 그 기간을 더욱 앞당겨 발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수능 방식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선택영역과 가중치 부여 방법 등 대학별 전형 방법이 조기에 확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수험생과 일선 교사들의 혼란이 최소화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교과부는 이 보고서를 검토한 뒤 이듬해인 2011년 1월 선택형 수능 도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14학년도 수능 시험(11월7일) 1년 전인 지난해 11월까지 전형 방법을 확정한 대학은 서울대를 제외하면 한 곳도 없었다.

평가원 권고는 수능 방식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선택영역과 가중치 부여 방법 등 대학별 전형 방법 확정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보고서는 근거로 현장 교사들과 대학 입학처장 등의 우려를 담았다. 보고서에서 전남 지역의 한 교사는 “입학전형계획이 3년 전 예고돼야 교육과정 파행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상권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A/B형 가중치 부여에 혼선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 9개 사립대 입학처장들이 유보를 요구하면서 근거로 제시한 이유가 대부분 2년 전 보고서에 예고돼 있었다.

그러나 교과부는 수능 출제 기관인 평가원의 이런 지적과 의견을 소홀히 취급했다. 각 대학이 전형 방법을 확정하도록 관리하지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시험 강행만 고수했다. 교과부는 본보가 취재에 나서자 대학별 전형요강을 취합해 슬그머니 대교협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일선 고교 진학지도 교사는 물론이고 입시업체 관계자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고교에 배포되는 책자는 아직 발송조차 안됐다.

세부요강 발표가 늦어진 것에 대해 교과부는 대교협에, 대교협은 대학들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대학들은 제도 탓만 하고 있다. 대학은 선택형의 불확실성이 워낙 커 세부요강 확정에 애를 먹었다고 주장한다. 부산의 한 진로상담 교사는 “교과부와 대학들이 다함께 수험생의 고충을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인수위가 선택형 수능의 문제점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선택형 수능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입시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인수위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선택형 수능 유보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