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양극화, 불황에 갈수록 심화… 100만원짜리 패딩 점퍼·저렴한 PB제품 동시에 인기

입력 2013-01-16 21:31


100만원짜리 패딩 점퍼를 사 입으면서 쌀은 몇 천원 아끼려고 PB(자체브랜드)제품을 구입한다. 장기불황으로 인한 소비 양극화가 점차 심화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4일부터 13일까지 매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명품 매출이 2.3%(기존점 기준) 늘었다고 16일 밝혔다. 반면 전체 매출은 4.2% 감소했다. 불황으로 백화점 매출은 어려워도 명품 매출은 견고하게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에비뉴엘에 입점한 이탈리아 브랜드 몽클레르의 패딩은 100만∼300만원대의 가격에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몽클레르는 에비뉴엘에서만 월평균 9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시계도 최근 들어 남성들의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받으면서 롤렉스, 위블로, IWC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명품시계 매출은 8.6%나 성장해 다른 제품군에 비해 매출 신장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남성들이 결혼할 때 애매한 가격대의 다른 예물은 빼고 비싼 시계 하나만 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른 건 아껴도 티를 내고 싶은 제품에는 돈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형마트에서 주로 구입하는 생필품은 조금이라도 싼 제품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마트가 PB상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06년 전체 매출의 7%(4500억원)에 불과했던 PB제품의 비중이 지난해에는 28%(4조600억원)까지 증가했다.

일반 쌀보다 20%가량 저렴한 이마트 이맛쌀은 쌀 전체 매출에서 40%를 차지하는 등 동일 제품군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밖에도 화장지, 고무장갑, 선풍기, 복사지, 종이컵 등도 PB제품 매출이 가장 높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물, 우유, 라면 등도 지난해 PB제품 매출 비중이 5∼10%가량 높아지면서 브랜드 제품을 추격 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설 선물세트도 양극화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경기불황을 이유로 10만원 안팎의 선물세트 물량을 늘리고 주력상품으로 배치해 판매 중이다. 하지만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선물 세트의 인기도 여전하다. 롯데백화점은 430만원짜리 ‘홍삼정 천(天)’을 10세트 한정으로 내놨다. 35㎝ 이상 참조기만 골라 국내산 천일염에 문질러 해풍으로 건조시킨 ‘영광 법성포 수라굴비세트’도 10마리 300만원에 5세트 한정 판매한다.

현대백화점은 특등급 한우 갈비 1.6㎏, 살치살 로스 800g, 등심 스테이크 800g으로 구성된 ‘현대 명품 프리미엄 특세트’를 1000세트 한정으로 100만원에 내놨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