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연중기획-한국교회 근본으로 돌아가자] (4) 나눔과 섬김
입력 2013-01-16 19:09
교단 초월해 지역 교회들 연대… 복지 사각지대서 빛과 소금 역할을
“작은이들의 벗으로 살아가자.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자. 세상의 빛으로 나눔을 실천하자….”
주요 교단장과 교계단체장들은 하나같이 신년사에서 나눔과 섬김을 강조했다. 나눔 실천과 말씀 선포를 통해 교회의 본질적 요소였던 초대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다. 한국교회가 나눔과 섬김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많은 교회가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구제와 봉사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나눔과 섬김의 신학적·신앙적 본질을 도외시하고 선교나 전도의 수단으로만 치부하거나 일회성·전시성 이벤트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
초대교회 공동체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나눔을 실천하고 힘을 모아 가난한 이들을 도왔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재산을 나누고 서로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한마디로 나눔과 섬김의 아름다운 공동체였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나눔 사역에서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하는 것은 순수한 섬김의 자세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한교봉) 김종생 사무총장은 “나눔을 교인 만들기의 방편으로 삼으면 진정성이 오해받게 된다”며 “처음부터 선교·전도를 내세우지 말고 교회의 진정성이 가랑비에 옷 젖듯 드러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섬김의 자세가 없는 나눔은 존경받기 어렵다”면서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은 섬김의 자세로 나누다보면 수혜자는 자연스럽게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복지 사각지대를 찾고, 단순한 금전 지원을 뛰어넘는 전문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교회 간 연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교회는 먼저 국가가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부분, 즉 복지의 사각지대를 살펴보고 돌봐야 한다. 김 사무총장은 “많은 이들이 가는 곳을 중복해서 갈 필요는 없다”며 “정부나 다른 단체들의 관심이 적은 곳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교회가 정부예산을 지원받아 복지관을 위탁 운영하는 것도 의미가 없진 않지만, 작은 액수라도 자체 헌금으로 행하는 나눔이 더욱 의미 있는 사역”이라고 말했다.
양혜원 총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질적 지원만 하던 데서 나아가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복지 사각지대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모범 사례로 분당우리교회의 ‘에듀투게더’ 프로그램을 꼽았다. 전문역량을 갖춘 성도들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습 지도와 멘토링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나눔 사역을 업그레이드하려면 교회 내에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회복지를 전공한 교역자를 둔 교회는 드문 실정이다. 양 교수는 “전문 인력 확충과 함께 복지사역에 대한 목회자의 인식도 중요하다”며 “신학대학원 커리큘럼에서부터 복지 관련 과목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 교회 차원에서 나눔 사역을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 책임지겠다는 자세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조 교수는 “교단을 초월해 지역단위로 교회들이 뭉쳐서 그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총장은 “교회 단독으로 하지 말고 지역사회와 함께해야 한다”면서 “교회의 복지사역을 유관단체들과 공유하면 서비스의 중복과 누수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