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지영 하버드 법대 교수 “한국 청소년 여러분, 하고 싶은 일 찾아 놀이처럼 즐기세요”
입력 2013-01-15 19:48
2010년 석지영(40·사진) 교수가 아시아 여성 최초로, 그것도 30대에 미국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에 임용됐을 때 이 소식은 국내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발레리나의 꿈을 접어야 했던 소녀 시절의 좌절을 이겨내고, 문학도에서 법학도로 궤도 수정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삶은 더욱 조명을 받았다.
석 교수가 첫 자전적 에세이집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북하우스)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15일 서울 홍익대 인근 카페에서 가진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당시 보여준 관심에 정말 감사한다. 특히 젊은층이 많은 이메일을 보내줬는데, 그 질문들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선 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아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석 교수에겐 ‘세기의 수재’ ‘엄친딸 종결자’ ‘최고의 여성 법학자’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럴 만한 것이, 그는 6세 때 미국 뉴욕으로 이민 가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청소년기에 아메리칸발레학교에서 발레리나를 꿈꿨고, 줄리아드 예비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예일대에 입학해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다. 이어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 그의 나이는 겨우 스물여섯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평가하는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다. 과감히 방향을 바꿔 하버드 법대에서 법을 전공했다.
“문학작품을 읽는 건 기쁨을 줬지만 문학작품을 쓰는 건 또 다른 문제였어요. 그건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은 것과 비슷했거든요.”
그래선지 그는 청소년들에게 “인생은 즐기는 일을 하기에도 짧다”며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놀이처럼 즐기라”고 주문했다. 글로벌 무대로 나가고자 하는 한국의 청년들에게 필요한 자질이 뭔지를 묻자 딱 한마디를 했다. “저스트 해브 섬 펀(Just have some fun·그냥 재미를 찾으세요)!”
그의 성공은 백인 남성 위주 미국 사회에서 소수인종, 이민자, 여성 즉 3중의 마이너리티 굴레를 딛고 이룬 것이다. “사실 많은 자리에서 제가 유일한 여성, 동양 여성인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그게 단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유리함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엔 긍정의 힘이 넘쳐보였다. 하버드 법대 교수였던 미국인 전 남편과의 사이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